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업은행 리먼브러더스 인수 무산될듯

시중은행 "투자 리스크 크다" 참여 제의에 손사래<br>금융위도 "공적기관서 부담 떠안는건 부적절"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계획이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공동으로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 중이나 정작 시중은행들은 지주회사 전환 등 저마다 굵직한 현안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데다 투자 리스크 등을 이유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산은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대해) 공적기관이 과도한 부담을 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산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은행은 “최대 2조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주회사 전환 문제 때문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도 “LG카드 전산통합 작업 등에 힘을 쏟을 때”라며 “산업은행과의 공동 인수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은행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으로서 최대주주인 정부를 의식해 공동 인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주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뉴욕에서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리먼브러더스 인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하나은행에도 공동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은이 당초 단독 인수를 위해 리먼브러더스와 접촉하다가 정부의 공동 인수 권유에 따라 하나은행과 접촉했지만 하나은행 측에서 투자 리스크 등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계에서는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글로벌 투자은행 인수 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후유증, 관리 능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여기에다 금융공기업의 해외 IB 인수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도 산은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개별 딜에 대해 말하기가 적합하지 않다”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최근 금융 공기업 해외 금융기관 인수 움직임에 대해서는) 잘한다고 칭찬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금융위의 입장 이면에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 기관이 리스크가 큰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 외에도 자칫 민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인수한 해외 금융기관이 부실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면 금융공기업의 민영화할 때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또 성공한 M&A가 된다 해도 몸집이 커지면 이명박 정부 임기 내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민영화보다 외형확장에 나서면서 덩치 큰 매물이 됐던 것도 한 이유”라며 “이것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실제 산업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136조원에서 올 3월 말 145조원으로 3개월 새 5.93%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이 기간 동안 자산이 220조원에서 238조원으로 8.49% 늘며 외형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 등 앞으로 갈 길이 먼 산은이 리먼브러더스와 계약을 완료,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더라도 계약 조건이 ‘엄청나게’ 좋지 않다면 동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쨌든 금융당국이 리스크 부담을 이유로 산은의 단독 인수에 반대함에 따라 리먼브러더스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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