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7일] CEO와 신년사

60년 만에 한번씩 돌아온다는 백호(白虎)의 해,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이때쯤이면 각계 지도층 인사들의 신년사를 접하게 된다. 정치ㆍ문화ㆍ종교계 인사들의 신년사는 대체로 지난 한 해 삶의 고단함에 지친 국민들을 위무하면서 새해에는 보다 건강하고 보람찬 내일을 염원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는 통상 사뭇 위협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새해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경제 · 경영환경의 변화와 전망이 희망적이기보다는 도전적이기 때문이다. 약 30년에 걸쳐 한해도 빠짐없이 필자가 회사원의 한 사람으로 들어온 CEO의 신년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존망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었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절실하게 들리던, 그래서 새해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다잡는 데 도움을 줬던 신년사도 해마다 반복해 듣고 보면 점점 무덤덤해지고 나중에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라는 이솝 우화가 연상되기까지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지만 정작 2년에 걸쳐 CEO로서 신년사를 준비하면서 깨닫는 것은 필자도 미래의 불확실한 현실을 강조하는 바로 그 양치기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갈브레이스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 원자재가격의 불안정, 미국과 중국의 불투명한 경기전망, 높은 환율변동 등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의 수출입과 국내경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이렇듯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이 모든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잠재적인 위협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든다. 그래서 기업의 CEO들은 절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했고, 양치기 소년(?)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게 됐다. 필자 또한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CEO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 신년사의 마무리 키워드로 사석위호(射石爲虎)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부적 자세, 즉 사석위호적 각오를 담은 마음가짐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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