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지켰더라면 백승

제7보(85∼100)



공격하느냐 수비하느냐. 이것은 승부사들이 늘상 직면하는 것이다. 야구나 축구 같으면 감독이 그것을 결정해 주니까 선수는 그저 그 지시만 따르면 된다. 그러나 바둑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지켜서 이길 수만 있으면 그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지키다가 뚫리고 나면 쓰라린 회한이 남는다. 좋았던 시절에 좀더 바싹 몰아붙이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가슴을 아리게 한다. 반대로 지켰더라면 유망했던 승부를 공연히 좀더 기분을 내다가 어이없이 두들겨맞고 주저앉는 경우도 있다. 공격과 수비. 그것은 승부사가 평생 속을 썩이는 화두인 셈이다. 씨에허의 흑85는 일단 최선의 행마였다. 이렇게 백의 미생마에 기대면서 리듬을 구해야 한다. 이 수로 A에 꼬부리면 백은 즉시 89의 자리에 잇고 버틸 것이다. 흑89는 기분좋은 수순. 실리로 상당히 큰 곳이다. 이곳을 역으로 당한 이세돌은 백92로 맹공에 나섰다. 이때 둔 씨에허의 흑93이 실로 멍청한 행마였다. "마늘모 행마는 힘이 없어서 프로들이 잘 두지 않는 것인데 씨에허가 그걸 선택했네요. 백94로 연결해간 자세가 훤칠해서 백이 좋아 보입니다."(윤현석) 한상훈은 진작에 참고도1의 흑1 이하 11을 소개해 놓고 있었다. 포인트는 흑5로 붙인 이 수순이다. 이것이라면 승부는 이제부터였다. 만약 백이 참고도2의 백6으로 젖히면 흑11로 끊겨 백대마가 전멸한다. 흑95가 놓였을 때가 운명의 순간이었다. 백이 98의 자리에 지켰더라면 백승이었다. 이세돌은 백96으로 공격했는데 흑97을 당하여 백이 괴롭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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