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볼만한 영화] ‘어바웃 슈미트’

평생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66세의 나이로 은퇴한 워렌 슈미트(잭 니콜슨)는 딱히 할 일이 없다. 괴팍한 할머니가 된 아내와 무능한 예비 사윗감 랜들(더모트 멀로니)에게 불만만 늘어가던 중 탄자니아 꼬마 엔두구의 후원자가 되어 편지 쓰는 걸 낙으로 삼는다. 느닷없이 아내의 급사를 맞이한 그는 슬픔에 잠기지만 그녀와 자신의 죽마고우의 오래전 비밀 연애편지를 우연히 보고는 분노에 치를 떤다. 그 친구가 단골로 다니는 이발소에서 나오는 그를 마구 패준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 마침내 그는 애지중지하던 딸 지니(호프 데이비스)의 결혼을 막기위해 아내의 억지로 사게 된 고급 캠핑카를 처음으로 운전하며 오마하에서 덴버로 여행을 떠난다. 딸이 머물고 있는 랜들의 어머니 로버타(캐시 베이츠)집에 들어간다. 그 가족들은 하나같이 너절하고 기괴한 정신병자같다. 랜들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슈미트에게 구차하게 빌붙고 로버타는 밤만 되면 색마로 돌변한다. 당장이라도 결혼을 집어치우라고 생떼를 쓰고 싶지만 막상 슈미트는 결혼식 후 축하연에서 “새로운 가족들을 알게 되어 반갑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슈미트는 자신도 온전히 추스르지 못했을 뿐 더러, 건실한 중산층이었던 자신과 거리가 먼 이 대책없는 집안도 건져내지 못한것이다. `시민 루스` `일렉션`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미국의 젊은 기대주 알렉산더 페인의 세번째 장편 극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퇴직 후 한 노인의 고독과 회한을 풍자한 수작이다. 여기에 잭 니콜슨의 연기 역량이 더해 작품의 수준을 높였다. 영화는 명망있는 보험회사 중역 슈미트의 환송파티서 시작된다. 각별했던 동료가 송별사를 한다. “그는 평생 헌신해 회사를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았고, 가족을 정성껏 돌봤으며 이웃과 진실한 우정을 나눴습니다. 한점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그러나 그에게 미래의 풍경은 아름다운 황혼이 아니라 균열과 불행의 연속이다. 새파란 후임자는 모든 것이 전산화 돼 당신의 도움없이도 잘 돌아갈 것을 자신한다. 사회에서 슈미트라는 인간은 폐기처분을 기다리는 업무파일에 불과하다. 가족은 어떤가. 아내는 오줌까지 변기에 앉아 누라면서 바가지를 긁는 등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대며, 딸은 물침대나 팔고다니는 대머리 염소수염 건달에 미쳐 시집간다니 어이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세상을 뜨고, 쌀쌀맞은 딸은 장례식 후 “왜 싸구려 관을 썼느냐”며 타박하고 바로 자신의 생활지인 덴버로 가버린다.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가득한 그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심술 가득한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던 슈미트와 결혼을 앞둔 딸과의 팽팽한 신경전을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본질적인 모습을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감동을 준다. 특히 라스트 5분. 엔두구의 그림편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마침내 요열하고 마는 잭 니콜슨의 모습은 어리석고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같아 눈물샘을 자극한다. 12세 관람가. 7일 개봉.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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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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