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산업 대개편 「빅뱅」 예고/「금융안정 종합대책」 발표 의미

◎환율변동폭 대폭확대 정공법 선택/외자조달 미흡엔 “국채발행 등 검토”정부가 19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은 금융부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의 외국인투자가 이탈과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원인은 우리 경제, 특히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에 불확실성이 너무 많이 내재돼 있다는데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여신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부실금융기관은 어떻게 되는지, 정부의 금융시장안정 의지와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책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히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산업의 대개편, 즉 「금융빅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정부는 환율변동폭을 대폭 확대하는 강공책을 폈다. 환율움직임이 불안한 시기에 이같은 조치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현재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실제 이상으로 높다는 판단아래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외자조달 부문은 다소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연말까지 국내 금융기관들이 갚아야 할 외화부채가 2백억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림창렬부총리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 해외에 매각하거나 중앙은행간 차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시급한 대책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일이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9월말현재 28조5천2백90억원, 종금사의 부실채권은 10월말현재 3조8천9백7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오는 24일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 발족후 2개월이내에 10조원을 투입, 부실채권의 50% 이상을 매입하고 추후 1∼2년이내에 나머지를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종금사의 외화자금난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상당수 종금사들은 외화자금을 단기로 조달해 장기로 운용(미스 매치)함으로써 수급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부실종금사는 아예 인수·합병을 유도하고 외화부문만 어려운 종금사에 대해서는 이 부문만을 따로 떼내 양도토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번 대책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정부는 은행·증권·보험·종금 등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자산·부채를 실사, 부실로 판정난 금융기관에 대해 구조조정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 3∼4개의 종금사가 은행 또는 증권회사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2∼3개 종금사는 외환업무만 분리해 은행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은행간 합병 및 은행과 증권간 합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금융기관의 합병 또는 제3자 인수가 원활히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원감축과 소유·경영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일은 새 정부의 몫으로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후속조치이자 가장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설사 이번 대책 발표로 안정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김준수 기자> ◎금융권 반응/“모든조치 포함” 환영속 환율 불만­한은/부실여신 정리기금 확대에 기대­종금/“주식투자자 심리안정 효과 클듯”­증권 ○…한국은행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필요한 조치는 거의 포함됐다』며 긍정적인 반응. 한은 고위관계자는 『이정도 수준이면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금융기관 부실채권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 또 부실금융기관 정리를 위한 기본원칙이 발표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심리가 가라앉고 한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 그러나 환율변동폭 확대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상당한 견해차를 표출. 외환실무책임자들은 여전히 『환율변동폭 확대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명. 반면 조사부등 실무와 거리가 있는 부서의 관계자들은 『결과적으로 적정환율 수준으로 되돌아갈 여지가 많다』는 긍정적 반응. 이들은 『환율상승의 기대심리가 일단 시장에 반영되면 하락의 기대심리도 강해져 결국 적정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다』며 『외국투자자금의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 ○…은행권은 이번 정부의 「금융시장안정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에 대해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특히 부실여신정리를 건별처리에서 일괄인수한 후 사후정산키로 한 것과 부실여신정리기금을 3조5천억원에서 10조원수준으로 늘린 것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 다만 부실여신처리를 해주는 대신 정부측이 금융기관에 대해 경영혁신및 합리화, 영업전략 수정등 요구사항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은행권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고통도 감수해야할 것으로 예상. ○…종금사들은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는데 대해 일단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외화부채 정리와 금융기관 구조조정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지원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모습. 특히 연말까지 외화부채를 모두 정리하지 못하는 종금사의 신규 외환업무를 중지키로 결정한데 대해서는 『시장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이상론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반응. 업계의 한 임원은 『외화부채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했을 것』이라며 『국책은행조차 해외차입이 어려운 상황에 아무런 지원도 없이 연말까지 외화부채를 모두 떨어내라는 것은 부채를 그냥 안고 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푸념. 또 내년 1월말까지 종금사에 대한 자산실사를 거쳐 단계별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이 불투명하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 종금업계는 그러나 향후 3년간 투자자들의 예금원리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보증키로 결정한데 대해서는 투자자심리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 조왕하동양종금사장은 『금융기관 구조조정시 예상되는 예금인출 사태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종금사 입장에서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예금전액보상제』라고 촌평.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정부가 최근의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자들의 심리를 다소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하락을 주도해온 외국인투자가들의 대량매도세를 저지하고 주식시장을 조속히 회복시키는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강창희 대우증권 상무는 『최근 금융 및 증시 위기는 미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급등에서 비롯됐는데 이번 안정책에는 구체적인 외환위기 해소책이 포함돼 있지않아 외국인들의 주식투매를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요청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기다리면서 일단 관망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 이사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환율상승 등 투자 불안 요소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외환시장 및 금융시스템에 대한 개선 의지는 밝혔으나 이같은 의지가 막대한 환차손 및 금융기관 부실화 등을 피해 한국을 떠나려는 외국인투자가들을 만류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대책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의 신규 투자를 유인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추가적인 안정 조치 기대감에 따라 무조건적인 국내 주식 투매는 진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런던 금융가는 19일 발표된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 런던 금융관계자들은 우선 새 경제팀을 이끌게 된 림창렬부총리에 대해 유연성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하면서 ▲환율변동폭 확대 ▲금융기관 구조조정 ▲부실채권정리기금 확대 등에 대해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꺼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런던주재 한국 금융관계자들은 밝혔다.<정경·산업·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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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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