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솟는 석유값을 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로 제시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가 가격인하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혼합판매를 활성화하고 트레이더의 시장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석유전자상거래시장에서 휘발유는 전날과 같은 리터당 1,9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첫 거래가 이뤄졌던 2일 가격이 1,933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7원 오른 셈이다. 이달 2일부터 19일까지 시중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상승폭(13.82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더 뛴 것이다. 경유 역시 주유소의 판매가격 상승폭보다 1원 이상 더 올랐다.
거래도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전자상거래가 실시된 후 15거래일 중 이틀은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고, 특히 휘발유 거래는 무려 9거래일 동안 거래량이 '제로(0)'였다. 거래건수 역시 하루 평균 3건을 넘지 못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정유사들이 매도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 한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팔 수 있는 혼합판매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정유사들이 자사 제품을 전자상거래시장에 내놓지 않아 주유소나 대리점들의 참여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주유소 대부분이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어 혼합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를 상표 표시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혼합판매가 활성화돼야 주유소도 대형 정유사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어 시장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도 여유물량은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급자와 실수요자의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가격평가기관을 도입하고 일부 석유제품 트레이더들의 시장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정유사의 전량구매계약 강요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정유사의 불공정행위시 엄중 조치하는 등 혼합판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