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의원이 20일 결국 만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을 둘러싼 양측의 경영권 분쟁 향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 회장과 정 의원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9시 성북동 고인의 자택에서 열린 제사에서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제사에는 현 회장과 정 의원을 비롯해 고인의 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과 김영주 한국프렌지 회장, 정몽진 KCC회장 등 현대가 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정 의원은 이날 제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8시30분 성북동을 찾았으며, 정 의원이 도착한 직후 현 회장도 딸 정지이씨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 의원은 기자들이 다가가 경영권 분쟁에 관한 입장을 묻자 "가족 행사에까지 찾아와서 취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를 거부했다.
제사는 1시간 남짓 진행됐으며, 제사가 끝난 뒤 가족들이 마당에서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현 회장과 정 의원의 모습이 목격됐다.
이 때 정 의원은 식구들과 일일이 인사하면서 정지이씨와도 가벼운 인사를 나눴지만 현 회장은 정 의원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바로 차에 올라타는 어색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제사에서 현 회장과 정 의원이 만나 대화를 나눴는지, 대화를 했다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지만 제사를 마치고 나온 현대가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함구로 일관했다.
한편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두 사람이 만나 좋은 분위기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오해를 풀었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제 말은 하나도 믿을 것이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