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통령 총재직사퇴 파장민주 全大갈등.대권투쟁 증폭땐 분당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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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파장은 기존 정치권 지형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총재직 이양에 따른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진 입장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여 대선주자들의 각개약진으로 대선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가에서는 민주당의 당권을 둘러싼 동교동계 신구파간 갈등, 대권을 둘러싼 이인제- 반(反)이인제 진영간 투쟁이 가열될 경우 자칫 분당사태로 이어지고 그 파장이 야당에도 미쳐 '개혁신당' 또는 '보수신당' 창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따라 일단 총재권한대행 체제 등 과도체제로 당을 운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과도체제인 만큼 당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란 공식절차를 거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총재만 선출할지, 총재와 대선후보를 동시에 선출할 지를 놓고 대선 주자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대 개최 시기는 각 계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1월과 3ㆍ4월 7ㆍ8월로 엇갈리고 있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만약 당헌대로 1월 20일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한다면 별다른 무리없이 당무회의에서 전대 시기가 의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대 시기 및 방법론과 관련, 각 예비 대선 주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각개약진할 경우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이 조성되면서 여ㆍ야를 아우르는 큰 폭의 정계개편도 예상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속의원 136명 전원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고, 여권이 야당 분열을 추진할 추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권의 통제력 상실을 감안할 때 여권의 분열이 가속화될 경우 야당 분열을 재촉, 정치권이 보혁(保革)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인 이부영, 김덕룡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개혁신당' 출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1일 "중도적 입장에서 타협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며 이제 조건이 성숙해졌다"며 신당 출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주축이 된 보수신당 탄생을 점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여기에 적잖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반(反) 이회창 연대'를 명분으로 하고 'DJ 이미지'가 탈색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신당이 세규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현 정치권 구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정계개편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론도 적지 않아 신당 창당 움직임은 민주당의 전당대회 등 향후 정치상황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