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몰제 없으면 부담금 정비는 백년하청

정부가 가계에 주름살을 주고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부담금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국무총리실은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의한 97개 부담금 가운데 45개를 대상으로 정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가짓수만 많을 뿐 피부로 느낄 만한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운행거리가 짧을수록 환경개선부담금을 깎아주는 경유차운행거리연동제 도입 정도가 눈길을 끈다.


이번 대책를 각 부처이 차질 없이 추진하면 연간 3,800억원의 부담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총리실은 생색을 낸다. 그러나 이는 전체 부담금 부과액 14조5,000억원(2010년 기준)의 2.6%에 불과하다. 민망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45개 개선 대상 가운데 폐지가 확정된 것은 공공시설관리자부담금 같은 유명무실한 2개에 불과하다. 미납가산금 요율인하 대상이 31개로 가장 많아 건수 채우기식 대책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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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은 각종 공익사업의 재원으로서 효과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복ㆍ과다 부과되고 외국과 비교해도 불합리한 점이 많아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부과근거가 마련되면 최초의 원인이 없어졌는데도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좀처럼 폐지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연간 징수액이 1억원도 채 되지 않는 부담금만도 21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개 부담금은 아예 한푼도 걷히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운영돼왔다. 이번에 고작 2개를 폐지한다.

부담금운용평가제도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각 부처의 운용실태를 종합 평가해 매년 폐지 또는 개선을 권고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 평가단이 영화진흥기금 등 10개를 폐지하거나 조세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번에 단 하나도 채택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부담금 개선은 번번이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몇년 동안 부담금 징수액이 미미하다면 사유가 사라졌다고 보고 자동 폐기해야 마땅하다. 일몰제 도입 대상을 원칙적으로 모든 부담금으로 확대해 일정기간 운용 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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