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대통령 실명 거론 비난
비핵·개방 3000 구상도 노골적 비방…남북관계 급랭靑 "北의도 면밀히 분석"…입장 표명 신중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북한이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역도' '매국역적'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토해내면서 남북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개성공단 남측 당국자 추방으로 시작된 북한의 전방위적 공세로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이 정면 도전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왜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됐는지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 원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본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총선 국면 속에서 정부가 북측의 공세를 늦출 만한 특별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남북관계 경색은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방위 공세의 타깃 'MB 대북정책'으로 좁혀져=개성공단 남측 당국자 추방 이후 쉴 새 없이 쏟아진 북한 대남공세의 과녁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ㆍ개방ㆍ3000구상을 노골적으로 비방하며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렸다. 새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비핵ㆍ개방ㆍ3000구상의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나 분명한 입장표명을 압박하는 일련의 수순으로 분석된다.
◇총선국면 청와대 운신폭도 좁아=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대응카드도 제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처럼 북한이 뭐라고 한다고 화들짝 놀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로키(low-key)'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실용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과거처럼 대북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한 비료 지원 등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북의 일방적인 공세, 그것도 대통령을 직접 폄하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표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측의 의도는=북한은 적극적인 대남공세의 와중에도 남북경협 문제나 민간교류 등에는 화살을 돌리지 않으며 퇴로를 남겨뒀다. 남북경협이나 6자회담을 통한 국제사회 지원의 물줄기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북측이 노동신문의 사설이나 대남 비방의 공식 창구로 사용해왔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이 아니라 개인 자격의 기고문인 논평원의 글 형식을 채택한 것은 아직 정부 간 정면대결 양상까지 수위를 높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