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과 대법원을 넘나들며 유ㆍ무죄가 세차례나 바뀌었던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의 피고인 이도행(39) 씨가 사건 발생 8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성 대법관)는 부인과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외과의사 이 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유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국내외 의사와 법의학자의 감정 및 실험결과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자의 사망시기와 피고가 살해 후 불을 놓았다고 주장하는 시간 등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이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돼 있었고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정황증거가 있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범죄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95년 6월 서울 불광동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사체를 욕조에 옮겨놓은 뒤 이를 숨기기 위해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으나 98년 2심에서 무죄, 같은해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되는 반전을 거듭하다 재작년 2월 서울고법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