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별 인터뷰] 한국인 첫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

"국내 대학서 박사학위 받은 수학 대가 나와야"

미·유럽서 학위 받은 학자들이 필즈상 등 세계 수학계 휩쓸어

논문 수 등 정량적 평가 벗어나 심도있는 연구 환경 조성해야


"이제 국내 수학계의 숙제는 우리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가 세계수학자대회에 초청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국적만 한국인이고 미국·유럽 등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상을 받고 초청되는 것은 국내 수학계 발전에는 큰 의미가 없어요."

황준묵(51ㆍ사진) 고등과학원 교수는 15일 '2014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린 COEX에서 서울경제신문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 수학계의 발전이 있으려면 국내 대학 박사학위 수학자들의 성공이 이어져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기조강연을 펼친 석학이다. 지난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초청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기하학계의 난제로 꼽혀온 '라자스펠트 예상'을 증명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가야금 연주가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한말숙 선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황 교수의 말대로 역대 필즈상 수상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출신 국적만 다를 뿐 미국ㆍ유럽에서 공부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수학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 정도만 도쿄대 박사 출신의 고다이라 구니히코와 교토대 출신의 모리 시게후미 등이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뿐이다.

황 교수는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대학까지 나온 응오바오쩌우 교수가 2010년 필즈상을 받았다고 해서 누구도 베트남의 수학 수준을 높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학자가 필즈상을 목표로 연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계수학자대회 초청자를 내더라도 우리 학위를 가진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수학 대가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성과 위주의 평가방식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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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임용, 연구비 평가 등에 있어 논문 수 등 정량적 평가방법이 강조되면서 젊은 수학자가 하나의 연구만 심도 있게 파고들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황 교수는 "마치 우리의 산업화 과정처럼 그동안 정량적 평가를 통해 우리 수학계도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지금부터는 전세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미국처럼 우리 학계도 질적 평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문과 출신이 주도하는 문ㆍ이과 통합 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황 교수는 "문ㆍ이과 과정을 통합할 경우 학생들이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수학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은 평준화된 수학 수준이 너무 쉬워 발전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을 수학 대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처방을 내놓았다. 수학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기보다 경쟁을 강조하는 학습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수학은 분야별로 굉장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평가하는 IMO 같은 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얼마든지 좋은 수학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 학생들은 수학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보다 경쟁에만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수학자대회 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필즈상의 '40세 미만' 나이 제한이 적절한지 연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집행위는 수학계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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