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 때문에, 혹은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심각한 갈등을 빚다가 부모를 살해하거나 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패륜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그렇게 끔찍한 상황에 놓이기까지 가정과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살피지 못한 측면도 크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작 베스트셀러 '여왕벌과 추종자들'을 통해 소녀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풀어낸 바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청소년 문제 자문 담당관인 로잘린드 와이즈먼이 신간 '아들이 사는 세상'을 펴냈다. 저자는 20년간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은 물론 자신 역시 10대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겪은 고충을 함께 담았다. 특히 160명의 소년들과의 인터뷰와 토론을 통해 부모가 직접 듣지 못하는 10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남자다움'에 갇혀 아이로서 적절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부모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가 소년들에게 '남자라면 ~ 해야 한다'는 유무언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주입하면서 세상이 주입한 남자다움의 가치를 가장 많이 갖춘 아이가 1인자가 되고 나머지는 부하가 되는 소년들의 세계를 포착한다. 그 결과 어떤 아이는 우두머리가 되어 친구들 위에 군림하고 어떤 아이는 개그맨이 되어 광대 노릇을 해야만 무리에 낄 수 있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계급 문화'가 형성된다.
저자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부모가 '학교 생활은 어때?'라고 질문을 던질 때, 아이들은 좀처럼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왜 내 아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와 계속 어울리는 것일까" "인터넷과 게임 사용 습관은 고칠 수 있을까" 등 요즘 부모가 고민하는 문제는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문제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오히려 게임을 하지 않고, 친구들과 이리저리 몰려 다니지 않는 소년은 없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 아들이 부모에게 털어 놓지 못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오늘날 소년들이 처한 환경이 전에 없이 복잡하고 노골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당혹스러운 사진을 찍어 전교에 퍼트리거나 거짓말로 한 아이를 왕따로 만들어버리는 잔인한 환경 속에서 부모들의 훈육 방식도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길로 소년들이 처한 스트레스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부모들이 자신의 아들과 좀더 섬세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곱씹어 읽어볼 만한 책이다. 1만 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