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뉴 페이톤
독일 폭스바겐 공장과 세계 최대 자동차테마파크 등으로 잘 알려진 볼프스부르크에서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다는 도시 드레스덴을 잇는 14번 고속도로.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제한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아마추어 스피드 광들이 언젠가 한번쯤 달려보고 싶어하는 그 ‘아우토반(Autobahn)’을 오는 9월7일 국내에 출시될 폭스바겐의 신차가 질주하고 있다. 주인공은 뉴 페이톤.
지난 24일(현지시간) 폭스바겐코리아 주최로 뉴 페이톤의 출시 전 시승행사가 독일 현지에서 열렸다. 시승행사에 참석하기 전부터 2002년 첫 생산 후 8년 만에 나온 2세대 모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또 아직 프리미엄급 대형세단 시장을 개척하는 차이면서도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판매량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페이톤이기에 그 성공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오전 10시 폭스바겐 본사 앞에 6대의 페이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존 모델에서부터 느꼈던 페이톤의 외관은 ‘무난한 고급스러움’. 언뜻 보면 지나치게 얌전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품격이 살아나는, 그래서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이다.
신형 페이톤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고. 전장도 5,060mm(롱 휠베이스 5,180mm)로 이전 모델과 거의 같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전면부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폭스바겐측은“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수평적 라인이 강조됐고 재질도 크롬으로 채택됐다. 헤드램프 역시 기존 부드럽고 엄숙한 형상에서 날카롭게 강인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후면부 역시 변화를 시도했다. 클래식한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3개의 프롬 바로 분할된 뒷 범퍼가 새롭다. 이밖에 LED로 처리된 안개등이나 후미등이 최근의 트랜드를 따르면 우아함을 더했다. 결국 뉴 페이톤의 외관이 ‘은근한 과시’로 방향을 튼 듯한 느낌은 이 대형 세단의 주 타깃 시장이 중국 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 시킨다.
페이톤의 인테리어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만족스러운 부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등 내부 마감재와 시트의 재질, 깔끔하게 이어지는 바느질 선은 이 차가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임을 분명히 확인시켜 준다. 특히 18개 방향으로 조절되는 개별시트는 운전자의 자세를 최적으로 맞춰줘 맘에 들었다.
시승을 위해 배정된 것은 국내에서 판매될 모델 중 V6 3.0 TDI.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가 전달되지만 이 차가 디젤 엔진임을 사전에 알아야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묵직하게 출발한 차는 폭스바겐 공장지대를 벗어나 금새 아우토반으로 진입했다. 쭉 뻗어 있는 도로에서 속도를 높였다. 디젤 엔진만이 가능한 가속력이 바로 속도계로 나타난다. 순식간에 속도는 시속 150Km로 높아져 있다. V6 3.0 TDI 엔진은 4,000rpm에서 240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며 51kgㆍm에 달하는 최대 토크가 1,500rpm~3,000rpm의 넓은 실용 영역에서 뿜어져 나온다.
독일 운전자들은 고속도로에서의 운전규범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즉 1차선은 오직 추월을 위해서만 활용한다는 것. 또 2차선이나 3차선을 이용해 추월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원하게 뚫려 있는 도로를 마음껏 달렸다. 속도가 시속 2OOKm를 넘나든다. 바람이 많아 고속도로 주변 곳곳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차 옆으로 휙휙 지나간다.
평소 운전 습관에 걸맞지 않게 속도를 높인 탓인지 가끔 저 멀리 앞으로 다른 차가 들어오자 다소 급하게 감속을 했지만 차는 부드럽게 속도를 낮추며 편안한 승차감을 방해하지 않았다. 조수석이나 뒷좌석에서는 시속 180Km를 넘어야 ‘과속’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숙성 역시 뛰어났다.
볼프스부르크를 출발해 312Km의 아우토반을 달린 차가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에 도착하며 2시30
여분 동안의 짜릿한 시승은 끝이 났다. 네비게이션 종료와 함께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 연비는 리
터당 9.9Km. 뉴 페이톤 디젤 모델의 공인연비(V8 4.2 TSI는 6.6Km/리터)다.
국내에서 V6 3.0 TDI 9,130만원, V8 4.2 노멀 휠 베이스 1억1,280만원, 롱 휠베이스 1억3,79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