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6시. 일요일인데도 인천국제공항은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괌, 사이판, 말레이시아 등에서 들어온 비행기는 쉴새없이 사람들을 쏟아냈다. 입국장은 금세 만원이 됐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골프채를 들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기자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면 목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일요일이나 월요일 새벽에 들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3박4일 일정의 비용을 따지더라도 국내와 별반 차이가 없는 덕에 해외 골프 여행객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기자가 간 골프리조트에도 모 외국계 회사에서 3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데리고 온 터였다.
이렇듯 골프 여행객 수는 매년 증가해 2003년 35만6000여명에서 2004년48만9000여명, 2005년 57만4000여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6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 국내 골프장은 말 그대로 ‘부킹 전쟁’이다. 1인당 25~30만원에 달하는 이용료는 둘째 치더라도 시간(부킹)을 잡을 수 없다. 특히 서울 근교 골프장의 토요일 시간을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업계 관계자는 “200~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팔 부킹이 없다”고 말한다.
앞서 재정경제부는 지난 7월 말 현재의 절반 수준인 10만원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반값 골프장’을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10월 말에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계는 꾸준히 국내 골프장의 비싼 이용료와 부킹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의 중과세와 각종 규제를 꼽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현재 국내 골프장 이용료 평균 14만7000원 중 세금이 7만6000원이나 차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카지노와 같은 ‘사치성 시설’로 분리된 골프장은 종부세로 공시지가의 4%를 내야 한다. 공장 등 일반 시설(0.2%)보다 무려 20배나 높다. 여기에 회원제 골프장은 간접세로 특별소비세와 체육진흥기금을 부담해야 한다.
세금은 고스란히 골퍼들의 몫이다. 매년 봄이 되면 골프장은 의례적으로 그린피를 인상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물가상승과 무거운 세금이다. 각종 규제는 골프장의 증설을 저해하고 건설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언제까지 골프를 ‘사치 스포츠’로만 옭아맬 것인가. ‘사치’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건 정부 스스로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할 때다.
4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길게 줄지어 선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의 비싼 이용료와 부킹난을 피해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과 사치는 거리가 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