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 그룹 내 자금난이 일시에 해소되고 투자여력까지 생깁니다."
윤석금(사진)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코웨이 매각을 깜짝 발표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식과도 같은 회사를 팔게 된 심정을 토로했다. 매각대금으로 태양광사업에 투자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시간 벌기를 위한 카드'라는 당시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윤 회장의 진정성이 의심 받는 이유다.
윤 회장의 계속된 말 바꾸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가 경영권과 코웨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되는 거짓 발언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 대해 윤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을 막을 길이 없게 됐고 극동건설 상황이 지주회사까지 위기로 내몰아 어쩔 수 없이 함께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기 도래한 기업어음(CP) 150억원의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지적이 많다. 웅진홀딩스의 보유현금이 1,677억원이고 계열사 빚을 조기 상환한 점에 미뤄 자금여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법정관리로 경영권 방어를 하려는 선제적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코웨이 매각대금 납입일에 대한 논란도 크다. 윤 회장은 "코웨이 매각대금 지급일이 10월2일인 반면 이달 말까지 차입금 상환 요구가 잇따라 할 수 없이 법정관리로 돌아섰다"며 "자금이 MBK파트너스에서 들어왔으면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 매각대금이 원하는 때 들어오지 못한 것이 큰 배경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측의 주장은 다르다. 28일 인수를 완료하려 했으나 웅진 측이 사전 논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신청 직전에 일방 통보했다는 것. 시장에서는 코웨이 매각대금 1조원이 들어와도 차입금 상환 등에 쓰고 나면 실제 웅진홀딩스로 유입되는 금액은 1,000억원 남짓에 불과해 차라리 코웨이를 안고 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경영권 유지에 대해서도 윤 회장은 "제가 법정관리인이 돼야 회생할 수 있다"면서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고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홀딩스 지분을 74%나 갖고 있어 소각돼도 최소 30% 이상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책임을 져야 할 윤 회장이 경영권 유지라는 자신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는 "홀딩스 대표로 제가 잘하면 (계열사를) 팔라고 안 할 것이고 못하면 채권단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경영권 확보를 당연시했다.
그간 윤 회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사업을 하면서 한번도 변칙과 편법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지만 위기에 처한 순간의 모습은 실패 케이스로 역사에 남을 상황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