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1일] 화물운송시장의 무법자들

[기자의 눈/6월 21일] 화물운송시장의 무법자들 성행경 기자 saint@sed.co.kr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는 20만달러를 차지하기 위해 착한자ㆍ나쁜자ㆍ추한자로 규정되는 3명의 서부 사나이가 서로 쫓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의 설정을 원용한 ‘착한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 곧 개봉한다.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서부활극과 같은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황량한’ 화물운송시장을 배경으로 화물차주와 운송업체, 화주 및 물류자회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운송료를 놓고 결투를 벌인 ‘집단 운송거부 활극’이다.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를 비롯한 운송업체들은 이번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부의 압박에 의해서든 화주들에게 등을 떠밀려서든 화물연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 결국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화주 및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이번 운송거부 사태에서 철저히 운송업체 등뒤로 숨어버렸다. 화물차주와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단체와 상대하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사실상 운임수준을 결정하는 주체이자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 주선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화물연대와의 협상을 운송업체에 떠넘긴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다. 화물차주들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국가 물류망을 마비시켜 운송료 인상과 표준요율제 도입이라는 ‘보물’을 차지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되고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존재는 늘 불안하고 화주와 운송업체들에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집단 운송거부 결투에서 누가 이겨 ‘보물’을 차지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준 ‘석양의 무법자’와는 달리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긴 ‘물류대란 시리즈’가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운송거부 사태는 또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화주ㆍ운송업체ㆍ화물차주들이 파업 때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선진 육상운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문제점을 익히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아 또다시 물류대란을 초래한다면 이번 집단 운송거부 사태의 주인공들과 조연으로 등장한 정부는 ‘이상한 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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