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2차 방문단 서울·평양 동시방문
남북 각각 100명의 2차 이산가족 방문단이 반세기 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30일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방문한다.
봉두완(奉斗玩)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단장으로 이산가족 100명, 지원인원 30명, 취재단 20명으로 구성된 남측 방문단은 30일 오전9시 서해안 직항로를 이용해 대한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가 2박3일간의 체류일정에 돌입한다.
또 장재언(張在彦)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이산가족 100명, 지원인원 20명, 취재단 15명으로 이뤄진 북측 방문단도 같은 날 낮12시30분께 대한항공편을 이용해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후4시30분 흩어진 가족들과 단체상봉을 한다.
남측에서는 올해 100세로 방문자 중 최고령자인 유두희(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문막리) 할머니가 평양에서 아들 신동길(75)씨를 상봉하고 북측에서는 1차 때 탈락됐던 김영황(69) 김일성종합대 교수, 김봉회(68) 한덕수평양경공업대 강좌장, 하재경(65) 김책공대 강좌장,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생인 김기만(71)씨 등이 서울에서 혈육을 만난다.
남북 양측 이산가족은 첫날인 30일 오후 2시간 동안 단체상봉에 이어 12월1일에는 두 차례 개별상봉과 동석 오찬을 통해 6시간 동안 헤어진 가족들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이에 앞서 남측방문단은 29일 오후 숙소인 롯데월드호텔에 집결해 홍역 예방접종과 방북안내 교육을 받고 가져갈 짐에 대해 통관검사를 받았다.
17살 때 배재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평양에서 서울로 왔다가 전쟁이 나는 바람에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는 김창훈(78) 할아버지는 "어릴 때 나를 업어 키우시던 큰 누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여간 섭섭하지 않았다"며 "작은 누님과 동생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최근 며칠간은 거의 뜬 눈으로 지샜다"고 말했다.
■ '만남' 하루 앞둔 가족 표정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롯데호텔에 모인 남측 이산가족들은 50년 이상 헤어진 혈육들을 만나는 감격과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쳤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측 이산가족들도 남쪽의 혈육을 만날 생각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날을 맞았다.
◇감격적인 해후 앞둔 이산가족들=오후1시부터 홍역 예방접종과 방북경비 수령, 화물검색, 방북교육을 받기로 예정됐으나 이산가족들은 오전부터 삼삼오오 아들 딸의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1ㆍ4후퇴 당시 북녘에 두고 온 아들ㆍ딸과 동생들을 만날 예정인 박연선(83ㆍ강원 춘천)할아버지는 "반세기동안 소식도 모르고 지내다가 이렇게 만난다니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힐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의 장녀로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는 박은정(44ㆍ경기 평택)씨는 "중국을 통해 꼭 북측의 형제들을 만나고 싶고 전도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양 사투리를 여전히 쓰고 있는 석만길(85ㆍ충남 천안) 할아버지도 "50년 만에 북쪽의 아내와 아들딸들을 본다니 잠이 안 온다"며 "갔다와서 편지를 통해서라도 소식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측의 부인과 자녀들을 만날 생각에 연신 잠을 설쳤다는 명용덕 할아버지는 "만나게 되면 '반갑다', '오래 살아 있어 만난다'고 말하겠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이산가족들은 북녘의 가족들에게 줄 마음의 선물로 주로 본인과 가족사진을 액자에 담거나 방한복ㆍ내의ㆍ시계ㆍ학용품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북측 가족의 모습을 담기 위해 캠코더를 준비해가는 정춘근(84ㆍ인천 남구)할머니는 "북녘에 두고 온 외아들과 손주들을 위해 방한복과 감기약ㆍ소화제ㆍ비타민 등 구급약을 잔뜩 샀다"며 곱게 포장한 옷 꾸러미와 약 상자를 흔들며 활짝 웃었다.
박연선 할아버지는 "북측 가족에게 주기 위해 미화 500달러(상한선)도 준비했으나 모두 가족들에게 전달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차 방문 때와 달라진 것=방문 일정이 3박4일에서 2박3일로 줄고 관광 프로그램을 줄이고 가족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이번에는 또 경비절감 차원에서 북측에서 내려오는 가족들을 만나는 남측 가족들의 숙소를 따로 잡지 않았다. 다만 기초생활보장대상자에게는 50만원의 경비가 지원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각각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방문하는 것은 1차 때와 같다.
◇2박3일 일정은=남측 이산가족들은 30일 오전9시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들어간다.
북측 방문단은 이 항공기로 서울에 온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과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 여장을 푼 다음 북측 방문단은 오후4시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남측 방문단은 오후4시30분부터 고려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하게 된다.
12월1일에는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두차례 개별상봉과 가족과의 오찬을 갖는다. 이날 북측 방문단은 롯데월드 민속관을, 남측 방문단도 평양의 명소를 참관하게 된다.
저녁에는 만찬이 예정돼 있다. 2일에는 숙소 로비와 주차장에서 30여분간 가족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게 된다. 우선 남측 방문단이 고려항공편으로 서울로 오고 북측 방문단이 이 항공기로 평양으로 돌아간다.
오철수기자
입력시간 2000/11/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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