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의약산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5~6% 수준인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을 앞으로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또 천연의약품시장에도 진출해 매출도 다변화할 것입니다.” 차중근(사진) 유한양행 사장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의약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R&D 강화와 부문별 매출확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 대표 제약업체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투자에 역점=지난 1926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81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 대표적인 제약업체다. 꾸준한 신약 개발과 선진화된 생산설비, 유통 및 해외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종합보건기업’으로 자리잡아왔다. 유한양행의 오랜 생존비결은 어떤 환경에서도 놓지 않은 꾸준한 설비투자와 R&D 투자에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5~6%로 업계 평균(4%)을 크게 웃돌고 있다. 차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R&D 투자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현재 150여명인 중앙연구소 연구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오히려 연구인력만은 증원하는 등 현재도 전체 임직원의 20%를 넘는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05년 말 준공한 용인시 기흥 중앙연구소는 업계 최대 규모(연면적 7,020평)의 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지난해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설립된 오창공장은 국내 제약업계 K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기준을 맞춘 최첨단 생산시설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설비투자로 유한양행은 제품개발에 필요한 모든 실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회사로 손꼽힌다. ◇차세대 위염치료제ㆍ원료의약품 등 성장동력 확보=이 같은 R&D 노력의 성과는 신약개발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 1월 유한양행은 무려 11년에 걸쳐 500억여원을 투입한 소화성궤양 및 위염치료제 ‘레바넥스’를 내놓았다. 활성형 위산펌프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가역적 위산분비 조절기전을 가지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제품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향후 이익성장성을 높일 원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위산 관련 질환 분야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200억달러를 웃돌고 국내 시장만도 연간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의 성장세를 이끄는 또 다른 한 축은 원료의약품 분야다. 이미 2003년부터 미국 시장에 에이즈치료제 원료인 FTC를 수출해왔으며 당뇨치료제 원료인 보글리보스도 일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중간체의 원료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2월에는 미국 와이어스사와 향후 7년간 1,400억원 상당의 페니실린계 항생제 원료의약품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적 수준의 원료의약품 업체로서 위상을 자랑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천연의약품시장에도 진출해 매출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차 사장은 “화학약품은 개발이 실패하면 곧바로 손실비용이 발생하지만 천연의약품은 제품개발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도 건강진흥식품으로 진출도 가능하다”며 “기존 신약ㆍ원료의약품에 이어 이 분야에서도 수익을 올려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유한양행의 노력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배기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약 ‘레바넥스’의 출시와 미국 와이어스에의 항생제 원료인공급으로 수출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5.7%, 29.7%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선방도 유한양행 성장세에 한몫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은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킴벌리의 중국 수출사업이 3ㆍ4분기를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서 이익성장세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안정적인 노사문화 자랑=80년을 이어온 기업답게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와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유한양행의 장기성장을 이끌 또 다른 동력으로 꼽힌다. 현재 차 사장을 비롯한 유한양행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위치까지 오른 이들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 누구나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목표를 갖고 있는 점이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울러 98년부터 상장사 최초로 입사 만 2년 이상의 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실시하는 등 회사의 경영성과를 종업원들과 공유해오다 보니 유한양행은 수년째 ‘존경받는 기업’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순위로 꼽혀왔다. 차 사장은 “튼튼한 재무구조, 신약개발 등 확고한 성장동력, 직원 구성원들의 신뢰와 주인의식이 앞으로 유한양행의 또 다른 80년을 가능하게 해줄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