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월 2일] 혼란 우려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자본시장통합법이 4일부터 시행되지만 국회의 늑장 입법, 당국의 관련규정 미비와 업계의 준비부족 등으로 출발부터 혼선을 빚게 됐다. 금융 ‘빅뱅’을 일으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기업을 키우겠다는 거창한 목표 아래 마련된 자통법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자통법은 증권ㆍ선물ㆍ자산운용ㆍ신탁업무 등으로 세분돼 있는 금융권역의 벽을 허물고 겸업을 허용해 금융투자회사의 대형화ㆍ전문화를 유도함으로써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또 금융투자 업자가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시해야 하며 불완전판매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증 책임을 고객이 아닌 판매사가 져야 하는 등 금융시장의 제도와 관행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었다. 기대가 컸지만 준비는 너무 부족했다. 자통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부터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자통법에는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보유자산 등을 기준으로 위험판단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일반투자자를 구분하고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협회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확인증 발급기관인 금투협은 관련규정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조차 받지 못했다. 소송까지 빚어졌던 불완전판매 문제 역시 당분간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는 펀드ㆍ파생상품 판매 자격사시험 시행을 6개월과 1년간 유예했지만 이는 무자격자의 판매를 계속 허용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준비했다고 자신하는 제도나 법률도 시행하다 보면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얼마나 혼란을 빚을지 걱정이다. 금융위는 자통법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2월 중 규정을 다시 고치겠다고 했다. 관계당국ㆍ유관단체ㆍ업계 공동으로 자통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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