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배고플 때만 주주 찾는 코스닥기업

이런 유머가 있다. 어떤 거지가 식당에 들어와서 '밥을 주면 밥그릇까지 깨물어 먹겠다'고 하자 재미있게 생각한 주인이 밥을 내왔다. 하지만 거지는 밥을 뚝딱 먹더니 그냥 나가버리는 것이다. 화가 난 주인이 '밥그릇까지 먹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거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는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증시에 입성하려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공모를 앞둔 업체들의 기업설명회(IR)에서 예비 코스닥상장법인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책임감을 가지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다' 등의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 지금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회사들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증시에 입성하고 난 뒤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현재 코스닥상장법인 10곳 중 1곳이 사실상 거래가 제대로 안 되는 '왕따주'다. 그럼에도 코스닥업체들은 대부분 '아직 우리 회사의 가치를 잘 몰라준다'며 오히려 볼멘소리를 낸다. 그들이 상장할 때 부르짖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배당이나 무상증자 등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거래량이 턱없이 적어 사고 싶어도 못 사고, 팔고 싶어도 못 사는 '손해'를 끼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최근 만난 국내 증권사의 한 법인브로커는 "코스닥시장에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 많아 기관으로서는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할 위험(리스크)이 있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코스닥에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거래량'이다. 앞에 언급한 유머에서 만약 주인이 거지의 제안에 '만약 밥그릇까지 다 먹지 않으면 밥값만큼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달았다면 거지도 뻔뻔하게 문을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현재 거래소규정에 최소 거래량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 조항으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함을 방증한다. 현재 유동주식수의 1%만 넘으면 되는 최소 거래량 상장폐지 기준을 높여 거래량을 일정수준 이상 달성해야만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배를 채웠다고 주주들을 외면하는 얌체 코스닥업체들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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