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리콘밸리에 '테크버블 2.0' 스멀스멀

트위터·로켓퓨얼·스냅챗 등 매출 없거나 적자 허덕이지만<br>기업가치는 치솟아 거품 우려… 연준 돈줄죄면 직격탄 맞을듯


오는 6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를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트위터. 페이스북 이래 IPO시장의 최대어로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예상가치는 최대 120억달러(약 12조7,46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위터의 경영실적은 형편없이 초라하다. 최근 2년간 순익을 기록한 적이 없고 올 3·4분기 적자는 6,100만달러로 상반기 전체 손실(6,900만달러)과 맞먹을 정도로 불어났다.

이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과열 수준의 인기를 누리며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IT기업들이 늘면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뇌리에는 10여년 전의 악몽이 슬며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999년~2000년대 초 닷컴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로 형성된 버블이 터지면서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전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테크버블2.0'에 대한 우려다.


현재는 과거 닷컴버블의 절정기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형성되는 IT거품이 수년 내 붕괴되면서 실리콘밸리에 또 한차례 충격파가 닥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수익 없이 주가만 치솟는 IT기업들은 부지기수다. 미국의 온라인 광고회사인 로켓퓨얼의 경우 2008년 설립 이래 한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지만 올 9월 주당 29달러로 상장된 이래 주가는 벌써 61.72달러까지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20억달러에 이른다. 사진공유 기반 SNS인 핀터레스트와 모바일메신저 기업 스냅챗도 마찬가지다. 비상장기업인 이들 업체는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지만 예상 기업가치는 각각 38억달러, 36억달러다. 투자열기가 그만큼 과열됐다는 의미다. 2010년 뉴욕 나스닥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수익을 낸 분기가 단 한번뿐이지만 올 들어 주가는 네 배 이상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P)에 따르면 IT업계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첨단 기술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임대료는 부동산 버블이 절정이던 2008년의 고점보다도 23%나 올랐다.


그러나 IT업계에 대한 투자열기는 아직 1999년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견해다. 미 플로리다대의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된 IT기업들의 공모가는 매출의 평균 5.6배 수준으로 1999년(26.5배)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이들 기업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률도 26%로 87%에 육박했던 1999년보다는 투자열기가 차분하다고 리터 교수는 덧붙였다. 올해 IPO를 신청한 IT기업들의 평균 나이도 13년으로 4년 이하였던 닷컴버블기와 비교하면 훨씬 성숙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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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IT기업 사이에 버블 절정기를 연상시키는 '흥청망청한 행태'가 빠르게 번지며 위험한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직원 1인당 적자폭이 4만달러꼴인 트위터가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에게 무려 연봉 1,000만달러를 줄 정도로 낭비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BI는 "올해 야후는 11억달러에 신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텀블러를 인수했지만 이 회사의 수익구조는 매우 불투명하다"며 "1999년 당시 야후가 신생기업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실패한 경험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페이스북 등 일부를 제외한 기업들은 수익성이 저조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출구전략에 돌입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닷컴버블 역시 연준이 1999~2000년 초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올린 직후 붕괴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올 6월에도 IT주가 집중된 나스닥증시가 한주 사이 5%나 급락한 바 있다.

IT기업 투자자인 티머시 드레이퍼 트레이퍼피셔주벳슨캐피털 창립자는 "경기순환 주기를 보면 IT벤처는 호황기의 끝자락에 도달한 것 같다"며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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