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효진의 '남자에게'] (3) 언제까지 삼촌팬 하실래요?

(사진 위 = 걸스데이, 아래 = 레인보우 현영)

“수지야! 나 좀 봐줘” “걸스데이가 대세지!” “달샤벳! 사랑해요”

MBC의 인기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걸그룹이 출연했다. 그녀들의 손짓 하나에 군인들은 굵직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한다. 심지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있는 서경석은 달샤벳을 본 후 “자극적인 춤 동작에 처자식이 있는 몸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2014년이 되자마자 걸그룹들은 섹시 전쟁을 선포했다. 레인보우, 달샤벳, 걸스데이…. 걸그룹들은 타 그룹에 질세라 더욱 더 강한 섹시 컨셉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 11월 KBS ‘해피투게더’에서는 이례적으로 일반인이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이 일반인들은 걸그룹을 ‘가족보다 많이 본다’고 하는 ‘삼촌팬’이었다. 수지의 삼촌팬으로 출연한 한 남성은 수지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의류 브랜드를 입고 있으며 10대 화장품까지 구매해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걸스데이의 일본 팬미팅 당시 약 20여 명의 삼촌팬들은 자비를 들여 일본까지 가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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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팬’ 하면 ‘푸근한 인상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백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의 삼촌팬들은 말끔한 정장을 입고 어엿한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남성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학생 때 연예인을 좋아하며 문방구에서 사진을 구입하는 그런 귀여운 애정이 아니다. 직장에 다니지만 월차를 써가며 걸그룹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삼촌팬은 과하고 부담스러운 선물을 ‘조공’이라고 부르며 그녀들에게 바치고 있다. 실제로 에이핑크 은지 삼촌팬의 경우 100인분 밥차를 불러 통 큰 조공을 했다. 또한 씨스타 보라는 한 방송에서 “삼촌팬이 캐리어를 선물로 주셨는데 그 안에 명품 지갑과 가방, 돈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어린 팬들은 삼촌팬을 향해 ‘나도 커서 꼭 조공해야지’ ‘삼촌팬 돈 많아서 좋겠다’라며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러움이 올바른 것일까? 삼촌팬의 지나친 선물과 행동은 애정이 아닌 집착으로 보여 인상이 찌푸려질 때도 있는데 말이다.

삼촌팬들에게 걸그룹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조공을 바칠 만큼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인생의 일부인 비타민 같은 그녀들은 작은 응원만으로 충분히 힘이 날 것이다. 화면 속 걸그룹은 정작 ‘이승기’, ‘정경호’같은 멋진 남자 연예인을 만난다. 그러니 삼촌팬이여, 이젠 진정한 내 짝꿍을 찾아 짝꿍팬이 되어라. 언제까지 삼촌팬으로만 남아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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