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류 로드가 열린다] <1부·끝> ⑤ 엔터투어먼트로 진화하는 한류 관광

스토리가 있는 '한류 성지'… 해외 팬들 '뿌리' 찾아 한국으로<br>아름다운 사랑이 깃든 남이섬… 아시아권 관광객 발길 줄이어<br>대장금 자취 담은 양주 테마파크… 외국인이 내국인의 2배 다녀가<br>씀씀이 커 지방경제까지 파급 효과… 기업 한류 체험 공간도 인파 북적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해외 공연을 가면 현지 팬들이 열광하지만 이제 해외 공연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지 팬들이 한국으로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해 한 포럼에서 한 얘기다. 이 회장은 "K팝의 열성팬은 한국 물건을 사고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결국 한국의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이제 해외에서 한류 팬을 모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한류 팬들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K팝 가수의 국내 공연에 찾아오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한류 목적 관광객이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980만명) 가운데 10% 정도인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류를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씀씀이가 커 관광수입 증대에도 기여도가 높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인의 경우 일반 관광객은 142만원을 쓰는 데 비해 한류 관광객은 216만원으로 1.5배 이상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토리텔링 입힌 '한류 성지(聖地)'=한류 열풍의 진원지인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은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관광객(230만여명)이 찾았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18%인 4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는 태국에서 14만명이 찾아 1위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대만ㆍ말레이시아ㆍ중국ㆍ인도네시아 순이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은 일본 중년 여성들이 찾아오면서 한류 열풍의 진원지로 처음 자리잡았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이색 서비스로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한 외국인을 위한 '국가의 날'이나 국가체제를 표방한 '나미나라공화국'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무슬림 기도실 등 차별화된 전략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오전 한류관광열차를 타고 관광을 온 총위엔시에(30)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소지섭의 열렬한 팬이 됐는데 한류관광열차를 타면 남이섬 등 한류 드라마 촬영지는 물론 소지섭 갤러리도 들를 수 있어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한류관광열차는 기존 남이섬 코스에 양구DMZ와 소지섭 갤러리까지 둘러보는 신규 코스를 추가해 아시아권 한류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독일의 로렐라이 전설과 한국 남이섬의 겨울연가를 자주 비교한다. 이 사장은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에 로렐라이의 전설이라는 스토리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그곳을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남이섬도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던 장소이고 섬 전체에 드라마를 상상할 수 있는 볼거리를 통해 낭만에 젖어 들도록 한 성공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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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이 한류에 맞춰 탈바꿈한 관광지라면 롯데면세점이 2009년 소공동 롯데타운과 잠실 롯데월드에 조성한 '스타에비뉴'는 아예 처음부터 한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목적으로 조성된 한류 체험형 복합문화 공간이다. 9일 오후 소공동 롯데타운 스타에비뉴는 최지우ㆍ송승헌ㆍ김현중ㆍJYJ 등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 스타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타 윈도, 소원을 빌 수 있는 위싱 스타 이벤트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이날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이시카와 리에(35)씨는 "이번에는 쇼핑 위주로 겨울휴가를 즐기고 2월에는 시아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엘리자벳' 일정에 맞춰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공동 롯데타운의 경우 스타에비뉴를 통과하면 10층 면세점으로 통하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마련돼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마케팅팀 팀장은 "한류 세계화를 주도하기 위해 기획한 '스타에비뉴'가 이제 한류 관광의 랜드마크가 됐다"며 "관광(Tour)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 마케팅으로 진화하면서 외국인 고객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오는 19일 소녀시대ㆍ비스트ㆍ카라ㆍ인피니트 등 한류 스타들의 출연이 예정된 '한국방문의 해 기념 제21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 외국인 관광객 1,300여명을 유치할 예정이다. 방문위에 따르면 행사 1주일 전에 이미 티켓이 100% 판매됐으며 중국과 동남아 관람객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류 목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방문위는 올해 '2012 코리아 그랜드 세일(1월9~2월29일)'에 정동극장, 뮤지컬 '궁', 뮤지컬 '겨울연가', 남산예술센터 등을 신규로 유치하며 공연 분야 참여 업체 수를 지난해 7개에서 올해 16개로 2배 이상 늘렸다.

◇한국 경제의 효자, 한류 관광=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의 경우 2003년 이후 8년간 누적 외국인 관광객 수가 183만명에 달한다. 2004년 말 문을 연 경기도 양주의 대장금 테마파크는 지난해 8월까지 누적 관람객이 128만명인데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82만명으로 내국인(42만명)을 2배 가까이 앞지르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아시아는 물론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국가까지 전세계 60여개국에 수출된 덕분에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내국인을 추월한 것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이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2010년 12월 출범한 한류관광열차는 지난해 11월까지 이용객 1만2,000여명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서 찾아온 자유여행객은 물론 최근에는 동남아, 미주와 유럽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류가 관광에 미치는 영향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경제, 특히 지방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등 한류 팬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한류 성지'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 위주를 찾는 일반 관광객들과 달리 한류 관광객들은 지방으로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한류에 의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2009년 기준)는 약 4조원과 1조5,000억원인데, 특히 관광 산업에서의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는 각각 6,974억원, 3,059억원으로 조사됐다. 한류로 인한 취업유발효과도 전체 3만5,600여명 가운데 관광 산업이 1만1,820명이나 돼 방송(1,582명)이나 음악(699명)보다 월등히 높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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