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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회사를 만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조대식 SK㈜ 사장은 26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장을 떠나며 이같이 말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한 답변이다.
SK는 오는 8월1일 자산 13조원 규모의 통합 지주회사 출범을 디딤돌 삼아 그룹 차원의 도약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SK㈜와 SK C&C는 이날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SK㈜의 주총에는 81.5%의 주주가 출석해 86.9%의 찬성률로 합병안을 승인했다. SK C&C 주주들 역시 90.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합병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주총회 순서에 따라 합병에 대한 이의 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할 시간이 주어졌으나 SK㈜ 주주총회장에서는 "이견이 없다"는 목소리만 나왔다. SK C&C 주주총회장에서는 일부 소액주주가 합병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을 뿐 반대 의견은 제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측은 양사 주주총회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의 지분을 각각 7.19%, 7.9% 보유하고 있다. 이날 SK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두 달 사이 SK C&C 지분을 1.8%포인트 늘린 것으로 나타나 재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비율(1대0.74)이 SK㈜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지난 24일 합병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실제로 양사 주주총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양사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받으면서 SK㈜와 SK C&C는 8월1일 통합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로 출범하게 됐다.
SK그룹이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유지해왔던 2중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총 자산 13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조대식 사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후 총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고 SK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등 그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합병은 중복 상장으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5대 성장 사업을 육성,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통합 지주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 LNG, 바이오, 반도체 등의 신사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총 매출 200조원, 세전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 C&C 사장은 "SK C&C의 ICT 사업 기반과 SK㈜의 풍부한 자금력이 결합해 글로벌 사업형 지주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K㈜와 SK C&C를 물리적으로 통합하기보다 1사 2체제 형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작명'도 고민 중이다.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과 상사 부문으로 운영되듯 SK 역시 두 개 체제에 각각 어떤 이름을 부여할지 검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부문'보다는 더 큰 단위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대식 사장과 박정호 사장은 각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사옥도 SK㈜의 서린빌딩과 경기도 분당의 SK C&C 사옥을 그대로 사용한다.
일각에서는 SK주식회사의 출범 전후로 추가적인 SK그룹의 사업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장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SK텔레콤의 분할설이다.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이 중 지주회사를 SK주식회사와 합병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이 한때 SK루브리컨츠의 매각을 검토한 것처럼 핵심 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계열사별 사업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