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팔루자發 이라크내전’ 위기감 고조

이라크 수니파 거점지역인 팔루자로부터 내전의 현실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14일 오전 8시 바그다드 인근 팔루자 경찰서에 중무장 병력 수십 명이 들이닥쳐 이라크인 경찰 17명과 민간인 2명을 사살하고 죄수 87명을 탈옥시켰다. 같은 시각 인근 민방위군(ICDC) 건물과 시장 집무실도 공격당했다. 현지에서는 공격의 배후에 이라크 시아파나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관련됐다는 소문이 급속히 증폭되면서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BBC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대담성 면에서 전례가 없는 치밀하고 조직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하며 상세한 소식을 전했다. 무장세력들은 기관총, 수류탄, 휴대용로켓발사기(RPG) 등으로 중무장하고 차량을 이용해 경찰서에 도착, 바리케이드에 의지해 4방향에서 동시에 경찰서를 집중 타격했다. 경찰서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차단, 지원 병력을 대비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후 건물로 진입한 이들은 각 방을 돌아다니며 숨어 있던 경찰들을 무차별 난사하고 죄수를 풀어줬다. 부상당한 한 경찰은 “압도적인 화력에 밀린 대량살육이었다”고 표현했다. ICDC 공격까지 합하면 공격에 나선 병력은 최대 70명으로 추산되며 교전 과정에서 이 중 4명이 숨졌다. ICDC는 12일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사령관이 방문하던 중 공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대낮에 중무장한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도 놀랍지만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시아파 혹은 이란측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다. 사망한 게릴라 중 두 명이 이란, 한 명이 레바논 국적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상당수 목격자와 부상자들도 억양이나 옷차림 등에서 이라크인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시아파 상징인 검은 깃발과 `헤즈볼라`라고 적힌 검은 두건을 목격했다고 말했고, 흥분한 수니파 주민 사이에서는 아예 이란에서 훈련받은 `이라크 이슬람 혁명 최고평의회`의 군사조직 `바드르 여단`의 소행이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 AP 통신은 “시내에서 주민들이 남자 2명을 바드르 여단 소속이라며 집단 구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면서 소요 확산을 우려했다. 이번 공격이 지난 주 체포된 이란인 저항세력들을 구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외부 개입설에 힘을 싣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시아파 배후`라는 루머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종교적인 갈등을 둘러싼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주 시아파 중심지역인 이스칸다리야의 경찰서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50여명이 사망했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내전을 촉발하기 위해 알 카에다에 도움을 구하는 문건이 입수된 점을 함께 언급, 종파간 갈등 고조를 우려했다. ◆팔루자는 어떤 곳 바그다드 티크리트 라마디를 잇는 `수니 삼각지대`내에 있다. 미군 점령 초기부터 주민 시위 등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 민간인들이 숨져 반감이 고조됐다. 과도통치위원회에서의 시아파 득세와 시아파 정권인 이란의 입김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군은 6월 말 주권 이양을 목표로 이미 상당한 치안 책임을 이라크인 경찰에 넘겨주고 한발 물러서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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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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