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미FTA, 乾坤一擲

[기고] 한·미FTA, 乾坤一擲 하명근 ‘루비콘강을 건널 것인가’ 고대 로마시대 줄리우스 카이사르(시저)는 갈리아 전지역을 정복한 뒤 자신을 두려워하며 제거하려던 로마 원로원에 대항해 싸울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는 루비콘강을 건넜고 로마 공화정을 붕괴시켰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세계 무역시장에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95건이 체결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15건이 체결됐고 현재 37건이 진행 중에 있을 만큼 국가간 FTA 체결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지지부진해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FTA는 전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21세기 선진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 전략이 돼버렸다. 우리나라도 동북아 경제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 동시 다발적인 FTA 정책을 펼치며 칠레ㆍ싱가포르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FTA를 체결했다. 현재 캐나다ㆍ인도ㆍ멕시코ㆍ일본 등과도 협상 중이다. 특히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FTA 체결을 위한 사전준비협의 및 1차 협상이 끝났으며 곧 2차 협상이 오는 10일부터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세계최대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 동북아 허브 촉진, 국제적 국가 신인도 향상, 외국인 직접투자 증대 등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경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다양한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산업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미 수출 23억달러에 수입은 2억달러로 2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전산업의 평균 관세율이 3.7%인 데 반해 섬유류 평균 관세율은 8.9%로 매우 높다. 특히 우리의 주종 수출품인 직물 및 의류 제품에는 각각 11%, 15%의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섬유 업계의 입장에서는 한미 FTA가 하루 속히 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 선결돼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먼저 현재 높게 유지되고 있는 미국 관세가 조기에 철폐돼야 하는 것이다. 만일 한미 FTA 협정 때 미국 관세가 오는 2008년 이후에 철폐된다면 FTA의 실익은 미미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과의 섬유협정에서 수입물량을 2008년까지 제한한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2008년 이후 물량공세에 나설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원산지 기준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우리 섬유산업의 공정별 협력체제와 섬유무역의 구조를 잘 따져서 미국 측 주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를 ‘한국산’(Made in Korea)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개성공단은 분단 이래 처음으로 우리 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산활동을 하는 경제협력 사업으로 노동력 제공 외에 거의 모든 생산ㆍ경영 활동이 남측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의 창출 원천이 남한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섬유 부문이 한미 FTA 체결을 조급히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카드(bargaining chip)로 활용되거나 다른 협상 분야의 타협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돼서는 안된다. 여타 산업부문과 동일하게 섬유산업이 취급되길 바란다. 협정문 내에 별도 규정으로 다른 산업과 차별 대우한다면 진정한 무역자유화가 아니다. 지난 60년대 우리가 절대빈곤에서 헤어날 수 있었고 70년대 중화학공업을 일으켜 오늘의 경제 발전에 이르기까지 밑거름이 된 섬유산업.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선진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하루 빨리 달성하기 하기 위해 섬유산업은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주사위는 결국 던져졌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승패와 흥망을 걸고 국민 경제의 이익을 찾아 승부를 결행하는 장인 FTA 협상은 이미 펼쳐졌다. 후세에 가서도 국익을 위해 떳떳하고 당당하게 협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협상단은 철저한 협상 전략과 논리를 개발해 주기를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6/07/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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