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인터넷 서비스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이 확대되면서 국내 포털 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법안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을 운영하는 포털들은 장애인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포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더라도 이용자들의 혼란은 상당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11일부터 장차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주요 민관기관의 웹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된다.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장차법이 인터넷 서비스로도 확대되면서 이제는 포털도 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 지침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웹접근성은 장애인과 일반인의 구분 없이 누구나 똑같이 인터넷(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화면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를 음성으로 들려주고 마우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체장애인에게는 키보드나 다른 입력장치를 통해 인터넷 이용을 보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장차법이 인터넷 서비스로 확대되는 11일 이후 포털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고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장차법이 발효되면 국내 포털 서비스도 웹접근성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최근에서야 서비스에 돌입하고 음성 콘텐츠 변환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성으로 변화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워낙 방대해 장차법 발효 당일 모든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하반기쯤 되어야 주요 서비스를 중심으로 웹접근성 지침을 어느 정도 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세우고 웹접근성 지침을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나름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장 서비스를 구축하기에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웹접근성 지침에 모호한 점이 많다는 점도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장차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2010년 발표한 '한국형 웹접근성 지침(KWCAG) 2.0'을 기반하고 있는데 크게 4개 원칙과 세부지침 13개로 나뉜다. 하지만 일부 항목에서는 '콘텐츠는 읽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웹 애플리케이션은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 등 애매한 표현이 맞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웹접근성 준수가 국내 포털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먼저 웹접근성 구축에 뛰어든 구글의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은 웹접근성 경쟁력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하고 지난 2005년 시각장애인 과학자인 티브이 라만 박사를 영입한 뒤 구글 내 각종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검색, 지도, 지메일 등의 서비스에는 별도로 '접근성 도구'를 지원하고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캡션(자막) 기능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인터넷 서점 구글북스에 등록된 도서를 대상으로 음성, 점자 등을 추가하고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웹접근성 서비스 역시 확대해나가고 있다.
안동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팀장은 "정부가 정해준 웹접근성 지침만으로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인터넷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장애인의 웹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웹접근성 인증 제도가 마련되는 등
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란=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웹 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청각 장애인에게는 음성으로 서비스되는 콘텐츠에 자막을 넣어주는것, 시각장애인에게는 사운드를 넣어 소리로 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보이스 명령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