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또다시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한상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인수 시 출총제 적용 배제와 함께 현재 자산 6조원 이상인 출총제 적용기준을 GDP의 1~2%(지난해 기준 7조2,000억~14조4,000억원)로 정률화할 것 등을 건의했다.
출총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지만 투자를 가로막고 외국자본과의 역차별 등 부작용도 커 기업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기업들은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출총제로 인해 당장 하고 싶어도 가로막힌 투자규모만도 지난 2004년 현재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가 투자 활성화라는 점에서 이같이 규제로 인한 투자부진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투자와 출자는 다른 개념이라며 출총제가 투자저해 요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직접적인 실물투자만 투자로 여기고 출자를 통한 기업 인수 후 실물투자는 간과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오는 2011년까지 5조원의 시설투자를 하기로 한 게 좋은 사례다.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데서 오는 역차별과 이로 인한 국부유출도 문제다. 국내 기업은 자금여력이 있어도 출총제 때문에 인수합병(M&A) 등에서 외국 기업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이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은 알짜기업들을 인수해 큰 수익을 챙기고 있다.
대한상의가 공적자금 투입 기업 인수에서 출총제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특히 앞으로 현대건설ㆍ대우조선ㆍ대한통운 등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이 잇따르게 돼 있다는 점에서 상의의 건의는 충분한 타당성을 가졌다고 본다.
출총제 적용기준 상향 조정도 국가 경제 및 기업 성장추세에 맞춰 상향 조정하는 것이 마땅한데 공정위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활동에 대한 시장의 감시역할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을 감안, 차제에 출총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