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사람의 바다


사람의 바다-이경 作

어떤 돈은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을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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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가 있다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 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빳빳하게 깃을 세우고 조폐공사를 나올 때는 세상이 돈짝만 했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숭배자! 허나 곧 허리가 반으로 꺾이고, 귀가 접혔죠. 술주정뱅이를 만나고, 정치인을 만나고, 가출 청소년을 만나고, 실업자를 만나고, 예술가를 만나고, 목사를 만나고, 수전노를 만났죠. 구겨질수록 인생을 배웠죠. 이젠 누구와도 말이 통해요. 나는 한 장의 경전이 되었죠. 종교처럼 당신이 외롭거나 춥거나 배고플수록 가치가 높아지죠. 때론 빵이 되었다가 등록금이 되었다가 뇌물이 되었다가 후원금이 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생산한 적이 없죠. 나의 권능은 땀으로 젖은 당신의 손금에서 비롯되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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