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협상초안 수정안이 마련된데 이어 WTO 주요회원국들이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로잔에서 비공식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이견해소에 나선다. 시애틀 회담이 본회담이라면 로잔회담은 이를 준비하는 최대규모의 예비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회담에서 주요의제의 윤곽이 거의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협상의제가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각국의 명암이 엇갈리게 되고,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의제선정 문제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중국이 국민들의 반발정서에도 불구, 11월전까지 WTO에 가입하려고 애쓰는 것도 이 회담에 참가, 뉴라운드를 자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가속도 붙은 의제협상= 세계무역기구(WTO) 134개 회원국들은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미 시애틀에서 제3차 각료회담을 열고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새로운 통상규범을 만드는 다자간무역협상(뉴라운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때까지 회원국들은 국가간 이견을 해소, 협상의제를 담은 각료선언문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 20일 발표된 수정안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회원들의 입장을 병기해 놓은 수준. WTO 26개 주요회원국들은 오는 25일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비공식 통상장관 회담을 갖는 것도 이의 구체안을 마련키 위해서다. 또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7일 양자회담을 갖고, 뉴라운드 협상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공동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각국은 또 이와별도로 실무협상을 통해 의견절충을 벌이게 된다.
◇쟁점사항= 유럽과 일본은 반덤핑법의 재도입과 투자 및 경쟁정책에 관한 협상을 의제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으나 세계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농부들을 위한 시장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상 방식도 국가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과 일본 및 주요 개도국들은 의제의 일괄타결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주요분야에서 조속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분야별 타결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시애틀회담을 기점으로 뉴라운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도 3년이라는 협상시한이 있어 당장 통상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협상에 실패하면 손실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 각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시애틀 회담까지 각국의 이견이 해소될 가능성이 적어 뉴라운드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지만 미국은 시애틀회담이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주요의제 전망= 지금까지의 실무회담 과정과 각료선언문 초안 수정안을 분석해 보면 농산물을 비롯해 서비스·환경·노동·투자분야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쟁정책·정부조달의 투명성·전자상거래 관세부과 문제도 새로운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의 경우 미국과 식량수출국기구인 케언스그룹은 농업보조금과 관세를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UR에서 합의한 개방수준을 한단계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서비스시장 개방도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다른 어느나라보다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투자규칙과 경쟁력 정책, 무역관련 노동기준 및 환경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