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미FTA 비준 급물살] 당정 "이달 처리" 野 "재재협상" 맞서… 10·26 보선에 발목 잡힐수도

■ 한발 앞선 美, 우리도 화답해야 하는데…<br>與 "美상황 맞춰 처리" 입장 재확인, 靑 "MB 訪美 부담 덜어줘야" 강경<br>민주선 "10+2 일부라도 수용" 요구<br>선거 앞둬 직권상정도 쉽잖은 상황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급물살을 타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측에서 정상회담 이전 한미 FTA의 의회 처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인 만큼 우리도 화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부처, 한나라당이 한데 뭉쳐 10월 내 비준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10+2 재재협상안을 들고 나오는 민주당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오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자칫 직권상정 후 통과 등의 무리수를 둘 경우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에 끌려갈 수 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집권 후반기에도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려고 하는 이 대통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미국 의회 상황에 맞춰 우리도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10월 처리'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우리 정부와 여당이 재재협상안을 일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계속 얘기하는데 국민 중 누구도 재재협상에 관심이 없다"면서 "야당의 합리적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지만 재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행정부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으로써 우리 정부와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 더 분명해졌다"며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쇠고기 협상 때처럼 미국에 선물보따리만 줄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미국 측과 마지막 담판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동철 민주당 의원도 "공은 우리 정부와 한나라당에 있다"며 "10+2 재재협상안 중 일부라도 정부가 수용하겠다는 응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0+2 재재협상안'은 우리 정부가 향후 미국 측과 재재협상을 해야 하는 10개 항목과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개 항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및 유통법·상생법 등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등을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명확하다. 국회의 협의와 협조의 틀 속에서 한미 FTA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청와대 참모진은 한나라당이 좀 더 속도를 내 13일 정상회담에 맞춰 우리 국회가 비준안을 처리해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합의에도 안과 밖이 있다"며 "FTA의 경우 이미 전 정권에서 대부분 처리됐던 것인 만큼 야당 의원도 안으로는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행법안 제출에 따라 대세가 기운 듯 보이지만 정치권의 FTA 발목잡기는 선거와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7일 이후 상임위와 28일 전체회의를 거칠 경우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이벤트에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해 한미 FTA 비준안에 힘을 싣지 못할 경우 또다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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