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갑을관계 병폐 뿌리는 관존민비

■갑과 을의 나라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언 사건,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사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

최근 신문 1면을 장식한 일련의 사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갑의 횡포'라 할 수 있다. '갑질''슈퍼갑' 등 갑의 횡포를 비꼬는 말들도 잇따라 양산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갑을 관계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에서 유난히 심하게 표출되는 것일까.


지역감정, 언론권력, 강남좌파 등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파헤쳐온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시의 적절하게 심각한 병리 현상이란 우려를 낳고 있는 갑을관계를 심층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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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다수에게 갑을관계는 이익 차원의 개념을 넘어서 '을 위에 군림하는 맛'을 선사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가 그 출발점으로, 오늘날 갑을관계에서도 여전히 관(官)은 민(民)을,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배하는 갑의 위치에 놓여 있다. 관존민비는 조선시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반공을 앞세운 과대성장국가는 시민 사회를 억압하면서 형성된 것인 만큼 기존 관존민비를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제3공화국에서 제6공화국에 이르는 동안 진행된 관료 조직의 '정치적 도구화'는 관료 조직이 정권에 더욱 충성하게 만들었는데, 이런 관계를 기반으로 관료 조직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갑을관계 문화에서 나온 브로커의 역사 ▲뇌물의 성격을 농후하게 갖고 있는 선물의 역사 ▲권력자의 갑질에 시달려온 을의 반란으로서 시위의 역사 등을 순차적으로 고찰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시대 정신으로 '증오의 종언'을 제시한다. 강 교수는 "갑을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을뿐만 아니라 갑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밖에 없다"며 "정의와 도덕이라는 관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익을 나누는 성장과 혁신 차원에서도 갑을관계의 타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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