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다국적軍 佛獨 "거부않겠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은
▲이라크 재건과정에서의 미국와 유엔의 역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새 유엔결의안 추진 등 두가지 면에서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다국적군 파병을 위한 새 결의안 상정을 앞두고 행한 이날 연설에서 예상대로 이라크 국민에게 조속한 시일내 주권을 이양하라는 프랑스 등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주권이양 시기에 관한 이견은 예견된 것이어서 총회장에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반전국가 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은 노정되지 않았다.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유엔이 주도적으로 전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미국의 다국적군 구성과 각국 재정지원에 관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정부 역시 “프랑스와 다른 길을 가지 않겠다”고 해 파병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독일 등의 이 같은 입장 변화로 미국의 파병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부시 대통령 연설에서 진짜 관심을 모은 부분은 WMD 확산을 방지하는 새로운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 11개 서방국가들이 시행해 오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유엔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새 결의안에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WMD 확산을 범죄로 규정하고
▲WMD 및 관련물질의 수출통제를 입법화하며
▲모든 민감한 물질에 대해 각국이 보안을 확보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한다면 WMD 확산 방지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등은 PSI 원칙에 따라 호주 인근 근해에서 해상차단 훈련을 해 오고 있으나 국제법상 근거가 약해 의심되는 선박을 나포하거나 관련 물질을 압수하는 등 다른 주권국가에 이를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유엔의 이름으로, 혹은 미국 단독으로라도 북한 등의 `무법정권(outlaw regime)`을 응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분석가들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프랑스 독일을 비롯, 대다수 국가들이 WMD 확산방지에 관한 한 미국과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어느 정도 타협의사가 있다면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