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동북아 신냉전시대 온다] <1> 20년 만에 불붙은 패권전쟁

미국 "중국 대굴국기 노선 세계질서 위협" 원천봉쇄 나서<br>영토분쟁 빌미로 대립… 보호무역 수위도 높여<br>양국 경제 의존도 커… 정면충돌 가능성 적지만… '만만한' 日 압박할수도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 간 회동의 화두는 최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최악의 냉각기류를 몰고 온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이었다. 중국의 자제를 요청하는 패네타 장관과 미국의 불개입을 요구하며 일본에 대한 '추가 조치'를 언급한 량 부장의 이날 회동은 일견 분쟁 당사국인 중국을 제3자인 미국이 중재하는 모습으로 비쳤지만 중일 갈등은 이미 두 나라 간 대립의 영역을 넘어 주요2개국(G2)인 미중 갈등으로 옮겨 붙은 실정이다.

미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제이미 메츨 수석 연구원은 "중국이 일본에 도전하는 것은 곧 미일동맹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며 "미국이 직면하는 도전과 중국의 부상은 곧 새로운 국제질서가 떠오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시다발적 영유권 분쟁의 밑바탕에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그 패권을 위협하는 신흥 강대국인 중국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소련 붕괴가 냉전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지 20여년 만에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신냉전시대의 문턱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심축' vs 중국의 '대국굴기'=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Pivot to Asia) 옮기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뒤 중국과의 갈등은 예고된 수순에 따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010년 동맹국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한 중국의 경제력과 급팽창하는 군사력에 이미 심각한 위협을 느끼던 미국은 중국이 공격적인 해양진출 전략으로 주요 해상수송로이자 자원매장 지역인 남중국해에 입김을 강화하고 나서자 중국 '봉쇄'를 노리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중국 역시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사이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본격적인 세력과시에 나서고 있다. 후진타오 정권은 대외적으로 '화평굴기(和平崛起ㆍ평화롭게 강대국으로 일어선다)'를 외교노선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세적 의미의 '대국굴기(大國崛起ㆍ큰 나라로 우뚝 선다)' 노선을 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이란 및 시리아 제재 방침에 러시아와 손을 잡고 노골적으로 맞서는 등 미국의 패권행보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국의 대립국면은 2차대전 이후 비교적 안정적 시기를 지내온 아시아 지역을 다시 격랑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국 투자업체인 헤르메스펀드의 새커 누세이베흐 대표는 "미국과 중국이 냉전시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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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호주의도 심화…공화당 집권시 관계경색 우려도=격화된 양국 간 정치적 대립은 경제적 협력관계에도 균열을 낳고 있다. 특히 미중 양국 모두 올 가을 권력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각국 지도층은 여론을 의식해 경제 분야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둔화와 실업 문제에 시달리는 미국에서는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 상원이 위안화 절상 압박을 위한 환율개혁법을 통과시켰으며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사례도 올 들어서만도 세 건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 때리기'는 향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층 강도를 높이며 미중 관계를 경색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미국' 재건을 앞세워 이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적인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롬니 후보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중국 견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중 정면대결은 어려워…일본에 압박 수위 높일 듯=다만 G2의 갈등구도가 정면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빠르게 증강됐다고 해도 최대 군사강국인 미국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국방비 지출은 미국의 20~3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규모도 1위인 미국과 2위인 중국의 격차가 워낙 큰데다 양국 경제는 이미 너무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중국 담당자는 최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미 관계는 냉전기 미국과 소련 간 주도권 다툼과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는 대신 이미 '만만한' 상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국이 사실상 동맹국인 일본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영토분쟁 불개입"을 주장하며 중일 대립에 직접 발을 담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 포브스지는 중일분쟁에서 미일동맹이 크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현재 아시아의 전략적ㆍ지정학적 역학관계가 미중관계를 주축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더 이상 센카쿠 분쟁에서 미일동맹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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