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혁고삐 더 죈다

■ 전망과 과제재계-노동계와 마찰 불가피 갈등해소 실패땐 '한순간 잔치' '국민의 승리.'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단계 상향 조정한 것은 의외"라며 "이는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감격의 내음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경제부총리의 반응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우리 경제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제적 평가기관에 의한 '한국경제의 자존심 회복'은 적어도 경제 부문에서만큼은 정부의 자신감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말기를 맞아 주춤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던 각종 개혁의 고삐가 죄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가 개혁의 기치를 높여 들 경우 재계ㆍ노동계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이후 경제구도는 어떻게 돌아갈까. 중장기적으로 호재의 연속이 예상된다. 3대 평가기관 중 이번주 초 한국정부와 협의를 마친 피치사 역시 오는 5월 안에 신용등급을 올려주고 남은 S&P까지 9월께 한국을 방문, 상향 조정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어서 연쇄적인 국가신용등급 상향이 예상된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격상은 회복기의 경제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는데다 월드컵 개최로 한국의 이미지가 높아질 경우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본격적인 선순환구도에 접어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장밋빛 일색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무디스가 가장 높이 평가한 대목은 한국경제의 외부적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 무디스의 평가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대외변수에 대한 자생력이 흔들릴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또 다시 영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물론 국제 투자자들이 외생변수에 대한 한국경제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은 것은 크게 두가지. 정치불안에 따른 구조개혁의 지연과 노사관계 악화다. 이런 문제들이 꼬이거나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경우 신용등급 회복이 일순간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실무적으로 총괄한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한국의 정치일정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돼서는 안된다는 국제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상기시켰다. 각종 개혁, 특히 재벌과 금융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발표문에서 남북문제는 앞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대의 잠재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는 남북문제보다 노사관계 악화와 정쟁에 따른 개혁 지연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무디스가 지적한 대로 정부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4월 총파업을 예고한 노동계는 물론 정권 말기를 앞두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재계와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의 파격적인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개혁을 지속하면서도 내재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상반된 숙제를 정부에 던져준 셈이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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