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기의 보험산업]<3>자보료 현실화해야

원가는 뛰는데 10년째 제자리 '적자 눈덩이'



”자동차보험은 지금 3고(高)와 3저(低)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통 사고와 보험 사기, 보험 원가는 점점 저 늘어나는데, 보험료 수준은 낮고 관련당국의 협조는 제대로 안 되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의 교통안전의식까지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한 대형 손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본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의 현 주소다. 지난 2006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자동차보험 적자 문제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특정산업의 경영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그후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자보 적자 문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지난 2006회계연도 3ㆍ4분기(4~12월)까지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는 7,778억원.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본부장은 “지난해 4ㆍ4분기 결과가 나오면 지난해 회계연도의 적자규모가 1조원도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자가 장기간에 걸쳐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지난 2000회계연도 4,683억원에서 2001년과 2002년 각각 545억원, 1,019억원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후 온라인 자동차보험 출범과함께 과당경쟁까지 겹치면서 자보 적자는 2003년에는 6,570억원, 2004년에는 4,483억원, 2005년 8,204억원으로 ‘대량 적자 시대’가 고착화되는 경향이다. 보험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 영업적자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메스를 가해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단편적인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우선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보험료를 들수 있다. 지난 10년간 자보의 주요 원가항목인 건강보험 수가와 정비수가는 각각 80.3%, 74.4%가 올랐다. 근거가 되는 일용임금(56.1%)과 소비자물가(36.4%)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차량 1대당 자보료는 지난 10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경주 홍익대학교 교수(무역학)는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손보사들이 모델별 차등화와 장기무사고자 할인할증 개선 등 요율 제도를 변경했지만 보험료를 생필품으로 인식하는 문화 때문에 제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는 사고예방노력과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06회계연도 4월부터 10월까지 교통사고 부상자수는 누적기준 102만3,933명으로, 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늘어났다.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이 약화되고 치안유지에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교통단속이 약화된데다 주5일제 시행으로 차량운행이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이와함께 모형 속도위반 무인단속 카메라(더미카메라) 2,466대 가운데 1,109대를 철거한 것도 사고 증가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자동차 수리비가 급증한 것도 적자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2000회계연도 대비 2005년말 수리공임과 부품대 등은 각각 102,5%, 70.1%가 증가해 자보 보험금 지급 증가액 평균 45.2%를 크게 웃돌았다. 보험사기도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 2001년 404억원에서 지난 2004년에는 1,290억원, 2005년에는 1,801억원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975억원을 기록해 연말에는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주 교수는 “전체 보험금에서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이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근본적인 대책은 수립단계부터 장애물을 만나고 있다. 교통사고 관련법은 처벌 강화는커녕 오히려 더 느슨해졌다. 지난 82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도입으로 교통사고 형사처벌이 경감된데 이어 90년대 중반에는 경미사고 신고 의무가 면제됐다. 선진국에 비해 교통위반 범칙금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보험사기를 막기위해 추진되고 있는 4개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임상식 현대해상 상무는 “경찰의 교통단속이 약화되면서 교통안전의식이 해이해졌다”면서 “모든 교통사고를 경찰에 신고하도록 해 보험사기를 미연에 막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경영합리화와 보험료 현실화 및 제도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자동차보험 만성적자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태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자동차보험 의료수가는 건강보험 수가보다 훨씬 높고, 교통사고에서 만연한 보험사기를 조사할 권한이 보험사나 감독당국에 없다보니 모럴해저드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보험사고 조사를 지원하는 법률과 지역별 요율 차등화가 이뤄지고, 무엇보다 자동차보험료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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