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글로벌 경제위기 시즌2


흔히 가을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일년 중 가장 좋은 시절이라는 의미다. 좋은 날씨뿐 아니라 봄, 여름 내내 재배한 작물을 수확하는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 밭에 가는 것이 가난한 친정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라는 옛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올 가을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로 우리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8월 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에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복합되면서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두 달 사이 40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ㆍ4분기 기업 체감 경기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3년 전 리먼 사태 때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채무위기다. 이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막대한 재정 지출을 한 데 기인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재정을 대거 투입했으나, 재정적자만 심화되고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즌 1'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시즌 2'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거상(巨商) 임상옥을 주제로 한 소설 '상도(商道)'에 보면 "현명한 사람은 지붕에서 한 방울의 낙숫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얼마 안가 지붕이 무너져 내릴 것을 짐작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다가오는 위기를 막을 수는 없지만,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동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글로벌 정책 공조를 통해 공동 대응 체제를 마련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유동성 확보, 비상계획 수립, 해외시장 재점검 등 위기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위기는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가을에 수확한 작물을 곳간에 든든하게 채우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듯이 우리 기업과 정부도 준비를 철저히 해 세계경제 위기라는 겨울을 잘 넘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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