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진회 무엇이 문제인가

"또래문화의 병리현상..무관심이 화근" <br>"단기대책으론 '풍선효과' 유발..장기투자 필요"

학교 내 폭력조직인 `일진회'가 사회적 문제로급부상하면서 학교폭력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을 따져보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교사들과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빈곤과 가정문제, 일탈을 부추기는 대중문화 등이 일진회의 확산을 가져온다"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등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대중문화'와 `결손가정' 일진회 키운다 = 일부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현재전국 일선 초ㆍ중ㆍ고에서 일진회에 속한 학생의 수가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장섞인 추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진회가 조직되고 그연령대마저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정세영 흥사단 교육운영본부 운영위원은 "일선학교에서 `쉬쉬'하고 있어 그 실상이 축소되고 있지만, 일진회의 위세는 일선 학교에서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현실"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일진회의 확산 배경으로 무엇보다 폭력을 미화하고 일진회 문화를 10대 문화의 상징처럼 묘사하는 대중문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조직폭력배를 의리와 충성으로 뭉친 `사나이'들의 집단으로 묘사하는 조폭 영화나 `일진'을 싸움 실력과 외모, 돈 등을 모두 갖춘 멋진 학생으로 묘사하는 청소년영화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선 중학교의 한 교사는 "신입생중 일진을 뽑을 때 단지 싸움 잘하는 `짱'만을뽑는 것이 아니라, 반을 돌아다니며 얼굴이 예쁜 `얼짱', 춤을 잘 추는 `춤짱' 등을같이 뽑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싸움실력과 외모, 춤실력 등을 모두 갖춘 일진회는 멋모르는 학생들에게 드라마나 영화의 `반항아' 주인공과 같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일진회 멤버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급속히 진행된 가정해체 현상도 일진회 확산의 토양 역할을 하는것으로 지적된다. 중학교 때부터 일진회 멤버로 활동하다 끝내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양모(19)군은 "일진회에 속했던 친구들을 보면 부모가 이혼하거나 가출한 집의 아이들 다시말해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따뜻한 부모의 정과 충분한 관심을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다가 소속감과 동질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일진회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지적이다. 1990년 11.4%였던 우리나라의 혼인 대비 이혼율은 2003년 세계 최고 수준인 54.8%로 뛰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가정해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 "가해학생도 희생자 된다" = 일진회에 의해 폭력을 당하거나 `왕따' 당하는피해학생들과 `일락'(일일 락카페)에서 벌이는 공개 성행위와 같은 성적 일탈현상은 일진회의 대표적 폐해로 꼽힌다. 그러나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일진회 학생들 자신도 학교폭력의 희생자이며, 반드시 일진회를 `해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진회 문제가 학교별로, 지역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는 점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수도권 신도시의 한 교사는 "근무하는 학교를 옮기면서 느낀 점은 중산층 밀집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옛 시가지 지역 학교의 일진회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잘 사는 집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한번 `논다'는 개념으로 일진회에 가입하고 별다른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하는 반면 빈곤 가정의 아이들은 자칫하면`폭력의 연쇄고리'에 빠져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유흥비를 자체 조달할 수 있고 부모의 보호막이 언제나 처져 있는 중산층 학생들과 달리 빈곤층 학생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후배들에게 돈을 뜯는 `금품 상납고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습적인 폭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고, 결국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못한 채 어린 나이에 조직폭력배나 유흥가 쪽으로 빠져드는 일이 잦다고 일선 교사들은 안타까워했다. 결국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가 그 학생의 인생을옭아매는 `족쇄'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교육개혁시민연대의 김대유 공동대표는 "일진회 문제는 적대시하고 단속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등이 머리를 맞댄채 근본 원인을 따져보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드러난 것을 계기로 경찰과 학교, 가정, 지역사회, 관련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나서서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러나 단순히 문제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내면 사회로 쏟아져 나간 비행 청소년들이 또다른 범죄를 유발시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병리적 또래문화..학교.부모의 무관심이 원인" = 이순형 서울?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폭력을 놀이로 생각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건상당히 병리적인 또래문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조직폭력배 문화가 학교에 침투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조직적으로포섭해 폭력에 길들이고 있으며 인터넷의 보급, 선정.폭력적인 일본 만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먹고 살기 바쁜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 체벌을 못하는 학교 문화와 교사들의 방관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력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같은 대학 곽금주(심리학) 교수도 "사춘기 학생들은 또래집단에 의존하는 성향이 더 커서 그때 또래집단은 부모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혼자선 못하는 행동도 집단이 되면 책임이 분산된다는 심리에 따라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고말했다. 곽 교수는 "집단 안에 있으면 가치관이 왜곡돼 자신들의 행동이 다 옳다고 생각하게 되며 오히려 당하는 아이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비뚤어진 영웅심과 집단성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 "사회 전체가 팔 걷어붙이고 장기 투자해야" = 이순형 교수는 "문제가 수십년 동안 형성돼온 만큼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 대책으론 당장 학교 현장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비행 청소년들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으로 흡수돼 사회의 부담을 키워 일종의 `풍선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받는 연령이란 이유로 학교나 공권력 모두 단속이나 처벌을 강하게하지 않았지만 좋은 의도대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 학생들을학교 밖으로 내보내면 당장 학교는 좀 편안해지겠지만 그럴 경우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예를 봐도 80년대부터 이지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일본 문부성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우리도 학자와 학교,교사, 정부, 학부모 등이 합심해서 예방정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인철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운동실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1차적으로 가정에서 걸러져야 할 문제"라며 "또 학교에서도 일진회 활동의 낌새가 보이면적극 상담에 나서고 사회적으로도 가출학생이 비행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장치를 마련하는 등 가정과 학교, 사회가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우 교육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좀더 구체적으로 `학생회 법제화와 교장보직제'를 제안했다. 그는 "학생회를 법제화, 학생들 스스로 폭력을 공론화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할수 있도록 하고 교장이 교육청에서 평가받는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으로 개선, 이런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정성호 조성현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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