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들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방문길에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나라간 최대 현안인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과 TKR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문제를 논의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00년 5월 중국을 방문한 이후 이번 러시아 방문 까지 그는 북한의 실력자 자격으로 4차례에 걸쳐 중국과 러시아를 여행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에 걸쳐 한달 넘게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같은 해 1월엔 중국을 여행했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외국방문이 외교적으로 세련돼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열차편으로 한달 넘게 소용된 지난해 러시아 방문은 왕조시대 마차여행을 연상케 했다. 그 이전의 중국 방문도 깜짝쇼적인 비밀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달라진 것은 그의 일정이 상당부분 공개됐다는 것과, 그의 방문장소에 시장, 교회 등 민생현장이 많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가게에 진열된 생필품의 가격과 생산과정 등 현재 북한에서 진행중인 경제개혁에 유용한 정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ㆍ러정상회담의 최대 이슈였던 TKR-TSR연결 문제에 대해 푸틴대통령이 갖고 있는 입장은 명확했다. 그는 김위원장과의 회담에 앞서 러시아 극동지역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극동발전대책회의에서 “우리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며 “러시아는 중국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TKR-TSR연결사업을 반드시 따와야 하며 그것이 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TKR-TSR연결사업은 북ㆍ러관계 만이 아니라 한반도와 러시아 일본 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적인 프로젝트가 되었다. 김위원장이 24일 귀국에 앞서 “앞으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제안을 놓고 푸틴대통령과 논의할 것”라고 밝혔는데 이는 러시아 측이 북측에 국제컨소시엄 구성제안을 했다는 보도와 함께 눈길이 간다. 남북관계에서 볼 때 동해철도 연결은 당장 금강산 관광을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경협추진위원회가 27일부터 4일간 서울서 열린다. 지금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기류는 온난기류다. 북ㆍ미대화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북ㆍ일 간에는 지난 주 평양에서 적십자회담이 열린 데 이어 외무부 국장급 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외무부 국장급 회담을 통해 일ㆍ북관계정상화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관계도 비교적 순풍을 타고 있다. 김위원장의 성공적인 러시아 방문이 순풍의 남북관계에 돛을 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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