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림 특징 동시에 즐겨" 만족도 높아<br>고영훈·김창영 등 고가 작품들 대부분 팔려<br>신진들 전시회도 잇달아… 열기 지속될듯
| 고영훈의‘연항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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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Three States of Ma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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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hyper-realism) 작품이 국내 미술시장 불황 타계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
최근 국내 극사실주의 전시에서 소개 작품 대부분이 판매되고 이에 따라 전시가 이어지는 등 인기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극사실주의는 인물ㆍ풍경ㆍ정물 등을 사진만큼 세밀하게 묘사하는 기법으로 돈 에디, 리처드 에스테스, 척 클로스 등 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이 시도한 현대미술 기법 중 하나.
극사실주의는 미디어아트의 등장으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90년대 이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세계 미술의 흐름인 구상 미술에 편승해 특히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국내 최고가 작가 고영훈의 최근 개인전에는 최고 8,0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40여 점의 작품 중 두 점 만 남기고 모두 판매됐다. 가나아트측은 8년 만에 전시를 해 작품을 기다리던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박영덕 화랑에서 기획한 김창영의 모래 극사실화 전시회는 10호에서부터 1,000호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돼 역시 대부분 팔렸다. 작품가격은 10호 기준 350만원 수준.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 전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작품은 박지혜ㆍ변웅필ㆍ윤영혜ㆍ김상우 등 젊은 작가들의 것으로 중견작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 작품은 단순히 대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포함해 색다른 극사실주의 작품이라는 것이 화랑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100만원부터 다양하다.
박영덕화랑은 얼음에 담긴 잎과 꽃을 그리는 젊은 작가 박성민씨의 개인전을 20일까지 마련했다. 사물의 섬세한 묘사에 초현실적인 기법을 가미해 정교한 얼음조각이 마치 생명을 탄생시키는 듯 한 모태가 된 듯하다. 가격은 10호기준 120만원.(02)544-8481
홍익대 회화과 교수인 주태석씨도 갤러리 인에서 나무를 주제로 한 스물여덟번째 개인전을 24일까지 연다. 80년대 말부터 나무와 풀잎을 그려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이번에도 숲을 주제로 한 극사실주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은 추상과 극사실의 모습을 함께 담아 시각적ㆍ서정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02)732-4677
극사실주의 전시회는 하반기로도 이어져 서울시립미술관은 24일부터 극사실주의를 주제로 한 전시 ‘재현 넘어 재현’(가칭)을 연다. 고영훈ㆍ윤병남ㆍ황순일ㆍ김홍주ㆍ이석주ㆍ안성하 등 국내 대표 극사실주의 작가 24명의 전시를 기획했다. 또한 사비나 미술관도 ‘여섯개 방의 진실’전을 오는 6월 21일부터 열 계획이다. 김창영ㆍ김기남ㆍ박장연ㆍ이종구 등 젊은 작가 2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은 “극사실주의는 사진과 그림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구상을 좋아하는 우리 미술 시장에 만족도가 높다”며 “극사실주의 작품이 침체된 미술계에 돌파구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김영석 마니프 대표는 “극사실주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처음 작품을 구입한다면 손 작업이 많이 들어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고르는 것이 저렴하면서 투자가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