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 쇼크/채수종 산업1부 기자(기자의 눈)

「한라쇼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3천여명을 일시에 감원하겠다는 한나중공업의 대량감원 발표 후 직장인들사이에 「무차별적인 대규모감원」은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들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고 그때마다 인력감축이 뒤따랐다. 하지만 대기업이 전체인원의 절반을 한번에 정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라쇼크의 진원은 그동안 기업들이 추진해온 감원이 「군살빼기」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뼈대만 남기기」로 진전되고 있다는데 있다. 하나의 기업에서 절반의 인력을 줄인다는 것은 경영위기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와 있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이같은 「기업경영난」과 「대량학살사태」가 한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금융기관간 인수합병과 주요그룹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대량감원 사태가 이어질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기업의 규모나 개인의 능력 등이 감원대상에서 자신을 제외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으로 감원이라는 말에는 어느정도 면역이 생긴 직장인들까지도 한라쇼크에 당황해하고 있다. 연구소들은 내년도 실업률이 올해의 2배인 5%, 실업자가 현재 50만명에서 1백만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초긴축정책이 계속될 경우 실업률은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가슴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빙하기」를 맞는 심정으로 IMF에 의한 경제신탁통치 시대를 맞는 직장인들에게 한라쇼크는 폭풍전야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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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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