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물가 오름세 한풀 꺾이자 中 경기부양 '곁눈질'

돼지고기·채소등 식료품 값 일제히 떨어져<br>10월 CPI 5.5%에 그치며 3개월째 하락세<br>中企대출확대 등 정책 미세 조정 속도낼듯


중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던 물가 오름세가 한풀 꺾임에 따라 당국의 긴축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식료품 가격 안정과 물가 통제정책으로 전년 동기대비 5.5%에 머물렀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중국 CPI는 지난 7월 6.5%를 고점으로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5%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5월(5.5%) 이후 처음이다. 특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전월 대비 1.8% 하락했으며 신선 채소, 계란류 등 식료품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물가 상승률을 전월 대비 0.13%포인트 떨어뜨리는효과를 가져왔다. CPI의 선행지표인 공급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월의 6.5%에서 5%로 하락해 향후 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최대 경제 현안인 물가 급등이 진정됨에 따라 당국이 기존의 재정ㆍ통화 긴축기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의 김진용 대표는 "식료품 가격 하락으로 물가가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며 중국 당국의 경제정책 운용 여지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기존의 긴축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 문제되고 있는 중소기업 자금난 완화 등 실물경제 진작을 위해 은행대출을 확대하는 등 정책 미세 조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9차례나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시중 유동성 억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 급랭 조짐이 나타나고 은행 자금줄이 꽉 막히면서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현실로 나타나는 등 실물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기존의 완고한 긴축정책에서 벗어나는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지난달말 공상은행 등 5대 국영은행의 대출이 600억위안이나 급증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정부가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월말에 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꺼리는 은행의 거래관행이 달라진 것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국이 급격하게 긴축 기조를 재정ㆍ통화 확대정책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가가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목표치(4%)를 훨씬 뛰어넘는 5%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섣불리 긴축정책을 폐기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경우 가까스로 안정국면을 보이고 있는 물가 급등세가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존의 부동산 규제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긴축 기조 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등 전반적인 통화완화책보다는 실물경제의 취약한 부분, 특히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는 등 부분적인 경기진작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통한 공개시장 유동성 조작, 시중은행 창구 지도를 통한 취약 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등을 통한 경기진작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금난이 상대적으로 심한 중소 은행의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해 선별적으로 이들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발표된 10월 공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13.2%, 17.2%로 전월보다 0.6%포인트, 0.5%포인트 하락해 제조업경기가 소폭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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