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의 금융지배 허용 신호?(사설)

재정경제원이 내놓은 「보험산업 신규진입제도 개선방안」은 재벌그룹의 생명보험업 참여 금지 또는 제한조치의 완전해제를 담고 있다.재경원은 부실 생보사의 인수 촉진과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 5대 재벌엔 조건부로 생보업 진출을 허용하고 6∼10대 재벌엔 50%미만으로 되어있는 지분참여기준을 없애 완전 참여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재벌들이 제3자를 내세워 변칙적으로 생보업에 진입해 왔으나 이제는 떳떳하게 생보지배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재벌그룹의 생보진출 허용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 확장 억제 등 정부 재벌정책의 포기를 의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나아가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하겠다는 예비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가동중인 금융개혁위원회의 금융개혁 방안중 은행의 주인찾아주기 방향을 암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물론 생보업계의 경영부실로 지급능력이 떨어져 방치하면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또 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영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력 있는 재벌의 참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실 생보사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재벌의 손에 넘겨 준다면 재벌의 금융지배는 가속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이미 제2금융권은 사실상 재벌들의 지배아래 있다. 여기에 재벌들이 노리고 있는 은행 참여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폐해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여지껏 제한 또는 금지해왔다. 산업자본의 은행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가능성 때문이다. 한보사건에서 그 가능성을 역력히 볼 수 있다. 은행에 주인이 있었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역으로 한보가 은행의 주인이었다면 로비를 하거나 뇌물을 줄것도 없이 고객의 돈이 바닥 날 때까지 빼내 썼을 것이다. 경영부실이유만으로 생보를 재벌손에 주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재벌에 대한 금융진출 제한을 풀기전에 사금고화를 막을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허술한 상황아래선 감독기능의 강화와 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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