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9 증권업계 화제의인물] 하진오 동원증권 사장

河사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것은 활황장세에서 역설적으로 내실경영 원칙에 치중했기 때문이다.IMF이후 우리경제의 화두처럼 받들어지던 「내실」이 어느새 「외형」에 밀려 저성장의 대명사로 취급당하는 요즘 풍토에서 河사장의 경영원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4월 동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河사장은 확장일변도의 공격경영에 나선 다른 증권사 사장과는 달리 동원이 갈 길은 내실뿐이라고 역설하기 시작했다. 증시활황을 타고 몸집불리기에 나선 재벌계열 증권사에 맞서 동원이 살아남아 초일류증권사가 되는 길은 실속을 다지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등 외형경쟁은 더이상 무의미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지혜롭게, 굳건하고 빠르게 운신해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河사장의 지론. 대우사태 이후 드러난 증권사별 대우채권 편입비율에서 동원의 손실규모가 대형사중 최저수준인 것으로 밝혀지자 과연 동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증권사별 외국인투자비율에서도 동원증권은 32%에 달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주로 뽑혔다. 이는 무차입경영 등 동원의 알찬 속내를 외국인이 제대로 평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원증권의 주당순이익(EPS)은 7,900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외형을 버리고 내실에 집중한 결과가 가시화 된 것이다. 河사장은 내실경영 원칙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현장에 확산되도록 했다. 동원증권이 내세우는 투자원칙인 가치투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시장의 흐름을 좇기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투자하는 가치투자는 河사장의 질의 경영과 일맥상통한다. 하진오사장은 증권가에서 보기드문 언론인출신이다. 동양통신 편집국장등을 역임한 후 83년 증권계에 입문했다. 옛쌍용증권에서 이사로 출발 전무, 부사장, 사장과 쌍용화재 사장, 제일투신 사장을 역임했다. 河사장은 증권과 언론은 비슷하다고 말한다.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시장과 독자로 부터 매일 성적표를 받는 것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다른산업에 비해 화려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며 내실·투명·무차입경영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다짐한다. 구조조정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우리경제에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두 들떠있을 때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온 한 증권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장규기자JK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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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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