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선거 후가 더 걱정이다] <하> 다시 거세지는 물가 압력

팔 비틀기식 통제 임계점… 공공·서비스료 줄줄이 오를 듯<br>기업 제품값 인상 시기 저울질… 내달부터 설탕값 등 올릴 가능성<br>이상기후로 농산물값도 들썩<br>유통구조 수술 등 나섰지만 당장 효과없어 당국 깊은 고민

가정주부들이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배추를 고르고 있다. 4·11 총선 이후 기업들이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고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DB



지난해 본격화된 물가상승은 국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직격탄을 가했다. 폭등한 전셋값 여파로 가계소득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전기요금과 농ㆍ축산물,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4ㆍ11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가상승에 따른 수도권 서민들의 불만이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원망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정부여당이 선거에 승리하자마자 '민생정치'를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이례적으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물가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총선 전까지 사실상 '팔 비틀기'식 통제로 물가를 억눌러왔지만 물가상승 압박은 점차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월 3.4%, 2월 3.1%, 3월 2.6%를 나타내는 등 지표상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서민들의 체감물가와는 괴리가 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아진 배경에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무상급식ㆍ무상교육 등 정책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저효과와 인위적 정책효과를 배제할 경우 3월의 실제 소비자물가지수는 3.2%로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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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는 기업들이 억눌러왔던 제품가격 상승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보다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상반기를 차라리 가격 인상이 가능한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제당업체들은 최근 2~3년간 크게 오른 국제 원당 가격을 설탕 가격에 반영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식음료업계 전체로 도미노식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치솟는 기름값은 지하철ㆍ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1월 이후 줄곧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란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제유가와 연동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뛰어오르면 택시요금 등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 압력까지 높아진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공요금은 총선 전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제한 측면이 있지만 공기업들의 누적적자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내내 공공요금을 억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농산물 가격 인상은 결국 식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봄 이상한파 영향으로 당장 배추 도매가격이 연초보다 3~4배 가까이 올랐고 정부는 중국에서 배추 500톤을 긴급 수입하겠다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배추농사가 큰 손해를 보면서 배추 재배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재배면적도 줄었다"며 "저온 등 이상기후와 함께 이 같은 농가의 경제적 요인이 겹치며 채소 수급 상황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곳곳에 산재돼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유사의 독과점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혼합판매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수술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돼 물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는 것이 물가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물가상승만큼이나 파괴력이 큰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쉽게 꺼내들기 어려운 카드다. 한국은행은 이날 10개월째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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