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중심국이 되자]정부 더 바뀌어야 한다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의 핵심인 영종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94년이다.
그러나 실행계획이 담긴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달 초 마련됐다. 제주국제자유도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98년 계획을 발표한 후 건설교통부와 민주당ㆍ총리실로 이관을 거듭하다 이제 겨우 실행단계다.
그나마 지역주민들의 반대여론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에 봉착한 상태다.
정부가 '허브 코리아는 내일을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하루가 바쁘다고 강조하는데도 지연이 거듭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부 스스로에 책임이 있다. 각 부처마다 견해가 다르고 불협화음도 적지않다. 부처 이기주의가 국가의 장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신통상국가 건설' '강소국으로 변화'.. 최근 몇 년간 정부 부처가 제시한 한국경제의 미래상이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개념이다. 단지 주관부처만 다를 뿐이다.
재경부 중심으로 동북아 중심국가 방안이 발표됐을 때 산자부는 '우리가 만든 것을 갖고 생색은 다른 부처가 낸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내가 하는 것만 정책'이라는 부처 우월주의ㆍ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허브 코리아'의 기본 전제인 효율성과 합리성이 정작 정부 부처간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정부 중앙부처간 의견조율이 필요한 대목은 무수히 많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문구마다 다른 부처와 싸우지 않은 게 없다"고 실토했다. 경제특구에 외국인병원 설립을 허용한다는 보고서에 외국인 '전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재경부와 보건복지부가 끝까지 맞선 경우도 있다.
교육문제도 영원한 과제다. 진념 전 부총리가 교육개혁 문제를 거론했을 때 교육부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제가 뭔데' 왜 남의 부처 소관업무를 건드리느냐는 것이다.
경제특구 안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한다는 정도는 합의했지만 교육개혁 문제는 거의 성역이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물론 교원단체들까지 들고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국기업인의 천국'도 말뿐이다. 열손가락에 지문을 찍어야 하는 외국인등록제도에 외국인들은 질색한다. 주민등록제도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별일이 아닐지 몰라도 외국에서 지문날인은 범죄자에게나 국한되기 때문이다. 이를 고치려면 부처가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한다.
부처간 팀워크 미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시행착오나 의견대립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또 혼선이 생길 때마다 비용이 수반된다.
'허브 코리아'와 관련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외국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부처마다 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얻는 것은 국내에서도 다 구할 수 있는 자료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면 갈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인터넷이 전인류를 한데 묶는 지구촌 통합의 시대에서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종이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신사유람단'식 사고에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허브 코리아의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권홍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