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5일 “사패산 및 천성산 터널 공사 때 차라리 도롱뇽과 협상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기초질서 준수를 강한 톤으로 강조했다.
박 수석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강에서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지연된 탓에 손실이 각각 5,854억원과 2조5,161억원에 달했다. 도롱뇽과 말이 통한다면 이들과 협상해 공사가 끝난 뒤 돌아올 때 보상해주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해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터널 공사는 지난 2004년 도롱뇽 서식지 파괴 등을 이유로 종교계와 시민단체에서 반대 단식과 집회ㆍ소송 등이 잇따라 공사가 지연된 바 있다. 박 수석은 “설익은 민주화의 적폐로 기초질서와 법치가 상당히 이완돼 경찰과 군인을 우습게 알고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배째라’ 식의 집단행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주요 걸림돌 중 하나”라고 꼽았다.
박 수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념화의 부작용과 관련) ‘반미’라는 이념 문제가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미 FTA는 그렇게 많이 반대하면서 한ㆍEU FTA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EU 협상단이 입국해도 이들을 ‘환영하는’ 반대 데모단 하나 없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1인당 소득 2만7,000~2만8,000달러선에서 가장 힘이 드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로켓도 발사 순간에 연료의 90%가 소모되지만 이후 순항하는 것처럼 이 깔딱고개만 넘으면 쉽게 선진국으로 가는 선순환에 진입하는 반면 실패하면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수석은 또 산업체질 개선과 관련, “산업화는 급속도로 이뤄졌지만 정부 주도로 압축된 과정이어서 정부의 입김과 역할이 지나치게 강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큰 정부, 주눅든 시장’이 아닌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가야 진정한 산업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변화를 즐기는 우리 국민의 역동성 등이 강점”이라며 “같은 차선을 5분 유지하는 것은 특이한 차량일 정도로 차선을 많이 바꾸고 정권이 들어선 지 5개월 만에 싫증을 느끼는 등의 모습은 좋은 측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수석은 각종 규제개혁 등 국정운영 전략과 관련해 “영국의 금융개혁처럼 빅뱅 식으로 할 것인지, 리틀뱅 시리즈를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이순신 장군의 뇌관 터뜨리기 식으로 핵심을 터뜨린 뒤 스케일을 넓혀가는 형태로 할 것인지 선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공기업 개혁에 대해 “후퇴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오는 9월 국회에서 법 제ㆍ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