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시킨 동기는 미 상무부의 7월중 무역통계였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중 미국의 무역적자는 월별 사상 최대인 2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238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외환 딜러들로 하여금 미국 달러를 투매하고, 일본 엔화를 무더기로 사들이는 동기를 제공했다.달러는 이날 한때 일본 엔화에 대해 103.78엔까지 떨어다가 반등, 104.80엔에 마감했다. 게다가 일본은행(BOJ)이 통화 팽창을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라는 미국 정부와 투자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현행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는 바람에 달러 폭락-엔화 강세의 기조가 강화됐다.
달러 폭락은 수입 일본제품의 가격 상승을 촉발,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시장의 기준물인 재무부 채권(TB) 30년물의 수익율이 6.07%에서 6.09%로 0.02% 포인트 상승했고, 가격은 1,000 달러당 2.8달러 하락했다.
채권 수익율 상승은 미국 기업의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아짐을 의미하므로, 연쇄적으로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은행주들이 일제히 하락,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225.43 포인트(2.08%) 폭락, 1만598.47에 폐장했다.
게다가 대만의 지진 발생으로 현지 반도체 산업피해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대만에 투자한 미국 기업, 대만산 반도체 수입업체들의 주식이 일제히 떨어져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65.25 포인트(2.25%) 급락, 2,821.10에 마감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피해가 경쟁 수출국인 한국에는 플러스 효과라는 기대를 낳았지만, 수입국인 미국에선 그 반대의 효과를 증폭시켰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