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자산 규모만 105조원에 달해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택지개발은 물론 전체 주택공급의 절반을 담당하는 거대 기업이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추진해온 통합공사 출범이 결실을 맺으면서 새 공사는 성공적인 공기업 선진화의 모범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의 최대 작품이다. 두 공사는 과거 주택ㆍ택지가 절대 부족했던 시기에 이를 공급하면서 역할을 키워왔다. 하지만 양 공사는 이 과정에서 조직과 인원이 지나치게 커졌고 업무에 대한 중복투자 등으로 비효율이라는 문제를 낳기 시작했다. 지난 1993년부터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유다. 1일 통합공사의 공식 출범은 16년을 끌어온 통합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통합공사 출범은 토지ㆍ주택 분야 공기업 통합의 '완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엄청난 부채와 미매각 토지ㆍ주택 등 재고자산 해소는 물론 수십년간 뿌리내려온 비효율적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때 비로소 통합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당장 기대할 수 있는 통합효과로 공공주택 공급의 조성원가 절감을 들고 있다. 택지공급과 주택건설 등으로 이원화된 시스템을 일원화함으로써 초기단계부터 체계적 계획 수립이 가능할 뿐 아니라 토지ㆍ주택 공급의 유통망을 줄여 최종 소비자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환용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택지공급과 주택건설은 도시계획에서 일관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며 "통합의 가장 큰 효과는 이 같은 과정이 일원화된 계획 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 속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도시개발과 주택공급이 분리돼 추진 중인 혁신도시ㆍ기업도시 개발도 통합 공사 출범을 계기로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박 교수는 기대했다. 박 교수는 "다만 통합공사라는 거대 공기업 탄생으로 지방 공사나 민간기업과의 효율적인 상생 관계 적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통합과 함께 당장 조직 안정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5,000명이 넘는 통합 공사 직원들이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극복하고 화학적 융합을 이뤄야 비로소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건설사인 D사의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경우에도 인수합병(M&A) 이후 가장 어려운 문제가 이질적인 두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것"이라며 "특히 통합공사는 비슷한 규모의 거대기업이 수평적으로 결합한 만큼 조직 간 융화가 통합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지송 사장도 두 공사 노조의 협력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화학적 통합이 중요한 만큼 '노조를 위한 노조가 아닌 직원을 위한 노조'가 될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사장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업무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 스스로 "구조조정의 짐도 졌지만 고용안정의 짐도 함께 진 사람"이라며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공사가 국내 부동산 분야의 신기술 시험장인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민간의 관심이 적은 중소형 주택이나 대규모 택지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개발방식을 도입하고 신평면ㆍ신기술 개발에 나서 이를 확산시키는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합 공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현재 양 공사의 총부채 규모는 약 86조원에 달한다. 이는 자산의 80% 수준으로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공공택지 환매 등이 부채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앞으로 진행될 보금자리 주택 건설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 공사의 기능은 '공공성'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보니 수익성 개선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공공성 확대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함께 추구하느냐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 사장은 "변화와 개혁에는 희생이 따르며 뼈를 깎는 아픔이라도 구조조정을 완수해 통합공사를 부실위기에서 정상화시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통해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통합공사와 이 사장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방향이다.